현대상선의 상환우선주 청약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27일 오후. 현대중공업이 결국 청약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종로구 적선동 현대상선 기획실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이번 상환우선주 발행이 지난 3년여간 회사를 요동치게 만든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을 반영한 탓이다. 향후 결과는 좀더 두고봐야겠지만 증권가와 재계에서는 현대그룹이 3년여를 끌어온 경영권 분쟁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는 현대중공업 측의 이번 청약 참여가 결국 현대그룹 측에 시드머니를 대주는 역할에 머무를 것이라는 판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오후 늦게 보도자료를 통해 “상환우선주에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현대중공업은 물론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만큼 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현대상선의 지분 17.60%를 갖고 있으며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의 보유지분(7.87%)까지 감안하면 보유지분은 25.48%에 이른다. 현대중공업 측으로서는 가만히 앉아서 지분율이 떨어지는 만큼 막판 고심을 거듭한 끝에 일단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주당 1만5,000원에 상환우선주 2,000만주를 발행, 총 3,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기로 결의했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상선이 28일까지 이어질 상환우선주 청약이 현대그룹 측에 경영권 안정과 현대건설 인수자금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안겨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KCC가 상환우선주 발행에 동참함으로써 현대그룹으로서는 기존 지분율은 그대로 유지한 채 현대건설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경영권 분쟁 당사자로부터 확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상환우선주 발행이 성공하면 이전의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내부 유보금 축적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총 2조원이 넘는 실탄을 확보하게 된다”며 “5조~6조원으로 예상되는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 8.3%를 손에 넣게 돼 현대상선 지분 비율을 50% 가깝게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현대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KCC 측이 갹출한 자금이 경영권 분쟁에서 현대상선에 유리한 조건을 마련해주게 되는 셈이다. 현대상선은 오는 12월1일 이사회를 열고 우리사주 실권주를 배정하게 되며 현재로서는 기존 주주에 우호적인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우선주 발행과정에서 빚어진 현대상선 소액주주의 반발이나 현대중공업 측의 추가 대응 등 아직도 변수가 많아 현대상선이 마지막까지 승자로 남을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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