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증시와 홍콩증시의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후강퉁이 17일 전격 시행되면서 중국이 국내 자금은 물론 국내에 들어올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중국 경제전문 매체인 차이징은 후강퉁을 계기로 상하이 A주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머징지수에 편입되면 상하이증시에 앞으로 143조6,000억원(8,000억위안)~215조3,800억원(1조2,000억 위안)의 자금이 몰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역으로 국내에 들어올 글로벌 자금이 중국으로 빠져나간다는 뜻이어서 그만큼 국내 주식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 MSCI이머징지수 중 한국 비중이 줄고 중국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를 추종하는 투자상품의 자금이 자연스레 한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LIG투자증권은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만으로 한국에서 빠져나갈 자금 규모를 18조원으로 예상했다. 염동찬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MSCI이머징지수에 A주가 5% 편입될 경우 한국 비중은 0.2%포인트 감소하고 100% 편입되면 1.7%포인트 줄어들 것"이라며 "MSCI이머징지수를 비교지수(벤치마크)로 활용하는 글로벌 ETF 규모가 1,210조원(1조1,000억달러)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A주의 MSCI이머징지수 100% 편입시 한국에서 빠져나갈 자금은 18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강퉁이 시행되면 국내 개인투자자는 중국 본토주식(상하이 A주)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 홍콩 증권사와 제휴한 국내 증권사들의 온라인주식매매시스템(HTS)을 통해 중국 유망기업의 주식을 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4년째 박스권을 맴돌고 국내 기업의 실적은 오히려 후퇴하는 상황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국내를 벗어나 중국 투자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본다. 700조원에 달하는 부동자금이 수년간 바닥권인 상하이증시를 좋은 투자처로 여긴다면 상당한 자금이 한국 주식에서 중국 주식으로 갈아탈 것이라는 지적이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강남파이낸스 프라이빗뱅크(PB)부장은 "알리바바의 대박 행진을 지켜본 국내 투자자들이 한국보다 중국 시장을 유망하게 보고 장기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특히 해외주식 투자 때 종합소득세가 아니라 양도소득세(22%)만 내면 되는 절세 매력까지 부각되며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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