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브랜드들이 장악한 국내 전기다리미 시장에 토종 브랜드가 ‘나홀로’ 분전하고 있다. 주인공은 ㈜한경희생활과학의 ‘한경희스팀다림’. 지난 5월 출시된 한경희스팀다림은 다림판이 필요 없는 스탠드형(입식) 다리미로, GS홈쇼핑의 첫 방송에서 2,919대를 판매, 2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려 대박을 예고했었다. 이후 홈쇼핑은 물론 할인점, 전자전문점, 인터넷쇼핑몰 등으로 판로를 확대한 한경희스팀다림은 월 2만5,000여대 정도가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현재 누적 판매대수는 총 18만2,800여대로, 조만간 2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희 대표는 “6개월 만에 15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면서 “초반에는 물량이 부족해 할인점 등에서는 품절 사태를 빚었지만 월 6만대로 생산능력을 늘려 수급 불안을 해소했다”고 말했다. 국내 전기다리미 시장은 그 동안 외국 브랜드들의 각축장이 되어왔다. 가정에서 사용되는 전기다리미 10대 중 7대는 ‘필립스’나 ‘테팔’ 등 유럽 브랜드이고, 나머지 제품들도 값싼 중국산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다리미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는 전무한 실정. 기술력도 외국 브랜드에 비해 뒤지는데다 값싼 중국산과의 가격 경쟁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스탠드형 스팀다리미는 미국산 ‘콘에어’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국산 제품으로 윌슨코리아의 ‘홈프로’가 있었지만 주로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판매돼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 한경희생활과학은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어 6개월도 안돼 콘에어를 밀어내고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후발주자인 한경희스팀다림이 인기를 끌자 콘에어는 6만9,000원이던 판매가격을 조만간 인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희스팀다림은 8만5,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한 대표는 “후발업체인 만큼 물 탱크용량을 키우고, 스팀력이나 열 전도율을 높이는 등 품질면에서 기존 제품보다 업그레이드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면서 “조만간 금형을 바꾼 업그레이드 제품을 출시해 고객들의 만족도를 더욱 높이겠다”고 말했다. 배상준 하이마트 생활가전 바이어는 “스탠드형 스팀다리미는 백화점이나 옷가게를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했지만 다림질이 간편해 최근 들어 맞벌이 부부나 싱글족들이 많이 찾고 있다”면서 “국내 가전업체들이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전기다리미 시장에 한경희생활과학이 뒤늦게 뛰어들어 외국 브랜드를 눌렀다는데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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