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4사가 석유제품 수출 급감으로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에 비해 유가가 낮아 수출 금액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최근 들어 수출물량까지 줄어들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대한석유협회 석유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한국의 석유제품 수출은 약 20억6,767만달러로 지난해 6월에 비해 반토막(-49.13%)이 났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누계도 수출액 95억109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47.69%나 감소했다. 석유제품은 지난해 선박류와 수출 1위 품목을 다투던 수출 주력 상품이었다. 수출 물량 증가세까지 꺾여 정유업계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석유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의 수출 물량은 총 1억6,239만배럴로 지난해 상반기 1억4,796만배럴에 비해 9.75% 증가하는 데 그쳤다. SK에너지의 신규 고도화설비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동된 것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 9.75% 증가는 오히려 지난해에 비해 물량이 줄어든 셈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수출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1월 14.83%, 2월 17.91%, 3월 26.76%로 늘었지만 4월 11.54% 늘어 증가세가 둔화됐고 5월에는 전년 같은 달 대비 12%나 축소됐다. 6월에는 4.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유사별로는 SK에너지가 지난해 하반기 고도화설비 덕분에 올 상반기 수출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4% 늘었을 뿐 GS칼텍스의 수출 물량은 4.23% 줄어들었고 수출목적형 정유사인 S-OIL도 수출 물량을 불과 2.15% 늘리는 데 그쳤다. 현대오일뱅크도 상반기 수출 물량이 지난해 대비 2.24% 줄었다. 내수가 정체된 상태서 수출 물량이 줄었다는 것은 곧 공장 가동률 축소로 이어진다. 수출 금액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SK에너지 -36.71%, GS칼텍스 -55.23%, S-OIL -51.09%, 현대오일뱅크 -50.26%씩 각각 줄었다. 국내 정유사들이 수년 전부터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를 걸었음에도 불구, 올 들어 수출 실적이 극심하게 저조해진 결정적인 이유는 정제마진 악화다. 석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석유제품 수출 시장은 가격싸움이라 운송비 등 비용을 감안하고도 남으면 어디든지 수출할 수 있는 구조인데 올 들어 정제 마진이 크게 축소돼 수출시장 개척에 직접적인 어려움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SK에너지의 단순(상압)정제 마진은 올 1ㆍ4분기 배럴당 0.62달러에서 2ㆍ4분기 -3.51달러로 급격히 악화됐다. 이는 원유 1배럴을 정제할 때마다 3달러 이상의 역마진이 발생한다는 뜻. 원유보다 저렴한 벙커C유를 원료로 삼는 중질유분해시설마진(크래킹마진) 또한 벙커C-휘발유 15.8달러, 벙커C-경유 13.3달러에 그쳐 상압정제에서 발생한 역마진을 상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제마진이 악화된 주된 이유는 세계 석유제품 수요가 아직 침체기에 있는데다 공급 측면에서도 인도 재계 1위 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신증설 물량이 2ㆍ4분기부터 시장에 본격 출하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석유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유업계가 설비 고도화, 미래에너지 투자 등을 통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해야만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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