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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수의 눈물

일부 프랜차이즈 무차별 확장에 예견된 후유증

상권분석 않고 가맹점 개설… 날씨 추워지자 매상 '뚝'

본사서 챙겨가는 금액은 같아 임대료 못내 문닫는 곳도

'여름장사' 미끼 5억 권리금… 점주들 먹튀 논란까지



#서울의 한 대학가에서 빙수 프랜차이즈 브랜드 A를 운영하고 있는 점주 박주형(가명)씨는 최근 다른 지역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A가게 점주들과 머리를 맞댔다. 날이 추워지자 소비자는 발길을 끊었고 겨울에도 꾸준히 인기를 끌 거라던 가맹본사의 설명은 그저 공염불이었다. 매상은 뚝뚝 떨어지지만 본사가 챙겨가는 금액은 성수기인 여름과 동일한 상황에서 임대료조차 제대로 못낼 처지가 되자 점주들이 '살 길을 찾자'며 뭉친 것이다.

지난 여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빙수가 겨울을 앞두고 속절없이 무너지며 냉가슴을 앓고 있다. '장사 잘 될 때 우선 가게를 내고 보자'는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의 무책임한 태도와 '여름 한 철 장사라도 어디냐'며 뛰어든 창업자의 무모한 투기가 맞물리며 벌어진 일이다. 30일 서울 2호선 강남역 인근. 평일에도 직장인과 대학생 등 유동인구가 몰리는 강남 지역 최대 상권인 이곳은 지난 여름부터 펼쳐진 '빙수광풍'의 후유증이 깊게 남아있다. '카페골목(강남역~신논현역 사이 강남대로에서 한 골목 안으로 들어온 길)'이라 불리는 곳은 한 블럭에 한 곳씩 빙수 전문점이 들어서 있다. 빙수 열풍을 주도한 '설빙'은 이 곳에 2호점까지 냈고 연예인이 운영한다는 '호미빙'부터 '달수다', '미트 프레쉬', '빙꼬앙', '가온길', '엘사' 등 빙수를 주력으로 내건 곳이 어림잡아 6~7군데다.

쌀쌀해진 날씨 때문일까. 빙수 매장 대부분은 손님이 없거나 한 두 테이블만 차 있는 정도다. 얼마 안 되는 손님들도 빙수 대신 따뜻한 차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B빙수가게 맞은 편에서 4년간 주점 장사를 하고 있는 황모씨는 "다들 무엇에 홀린 듯 빙수 가게를 여는데 과연 장사가 잘 될까 했더니만 역시나 날 추워지니 사람 들어가는 모습을 못 봤다"며 "지난 늦여름까지 빙수가게가 계속 생겼는데 자리 잡은 곳들이 임대료나 권리금이 만만치 않은 곳들인데 얼마나 버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C가게의 경우 잇달아 생겨난 경쟁자들 탓에 올 여름 장사를 끝으로 문을 닫았다.

은 겨울이 깊어지면서 더 진해질 전망이다. 일차적 원인은 '빙수광풍'에 사로잡혀 가게를 낸 창업주에게 있지만 일각에선 프랜차이즈 본사가 냉정한 상권 분석 없이 단기간에 가맹점을 폭발적으로 늘렸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특히 강남역과 신논현역 주변에 총 4개 점포(강남서초·강남역·강남역2호·강남대로)를 운영하고 있는 설빙은 이 같은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나의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2~3개 매장을 낸 신촌과 신림 상권도 가맹점 입장에서는 내부 경쟁으로 여겨질 수 있는 지역이다. 설빙 측은 타 프랜차이즈와 동일하게 반경 200m 내 가맹점 입점을 금지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설빙 가맹점주인 김모씨는 "유사 빙수 브랜드가 워낙 많은데다 계절적 요인도 있어 가맹점 개설 금지조항 등은 실제 장사하는 입장에서 크게 와 닿지 않는다"며 "9월부터 매출이 적자로 돌아섰는데 성수기인 여름에는 로열티와 홍보비 등 각종 명목으로 돈을 챙기는 본사가 비수기 대책을 책임지고 세워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여기에 여름철 장사를 미끼로 최대 5억원까지 치솟은 빙수가게 권리금도 '먹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 여름 일부 빙수 브랜드의 점주들은 뒤늦게 빙수 사업에 뛰어드려는 예비 창업주들에게 적게는 2억원에서 많게는 5억원까지 영업권 양도 명목으로 받아 챙겼다. 권리금 장사는 무대를 인터넷 포털로 옮겨 '월 매출 1억·오픈 매장마다 대박 행진·상권 독식 매장' 등의 자극적인 문구를 내걸고 가게를 넘기겠다는 블로그 글도 눈에 띄는 실정이다.

창업 전문가들은 '빙수광풍'의 끝이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입장이다. 가맹점을 열기 전 계절이나 유행에 따라 흥망성쇠가 갈리는 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경희 리더스비전(창업전략 연구소) 소장은 '빙수광풍'의 단면을 두고 "수년 전부터 계절을 타는 업종은 부침이 심했던 경우가 많았다"며 "처음 빙수가게 수가 적었을 때는 비수기에도 장사가 잘 됐겠지만 창업 문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사 브랜드가 쉽게 생길 수 있다는 점, 창업수요가 적정 수준으로 조절이 되지 않기에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창업자들이 깊게 고민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 소장은 이어 "프랜차이즈 본사 역시 장기적 대안이나 2~3년 이상을 바라보는 안목없이 무턱대고 가맹점을 늘리면 공멸의 시기를 앞당기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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