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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국은행은 ‘경기바닥론’에 대해 여전히 조심스럽다. 기획재정부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2ㆍ4분기부터는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란 예상을 하면서도 경기 바닥에 대한 공식적인 표현을 유보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같은 입장이다. 경기 하락 속도가 완만해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상반기 중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것을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것일까. 아니면 여전히 경기는 불황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경제 전문가들도 본격적으로 경기가 살아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경기하강 속도가 줄어들고 경제지표들이 바닥에 대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바닥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터널의 끝은 보인다=9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동결한 것을 두고 경제전문가들은 경기의 하강속도가 둔화되는 것을 공식화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상황을 살피면서 지금까지의 금리인하 효과를 좀더 지켜보자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은은 금통위 회의 직후 내놓은 ‘통화정책방향’ 자료에서 “최근 국내 경기는 내수와 수출 모두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계속 위축되고 있으나 하강속도는 다소 완만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단 최근 경제지표를 봐서는 경기는 터널의 끝을 향하고 있다. 2월 제조업 생산은 1월에 비해 6.8% 늘었고 서비스업 생산도 1.2% 증가했다.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오던 경기선행지수는 15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3월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도 전월보다 14포인트 오른 57을 기록했다. 환율도 1,300원대로 떨어지고 외평채 발행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며 외화유동성 우려가 크게 완화되며 얼어붙은 경기에 봄바람이 되고 있다. ◇잔 파도에 연연하지 말자=경기가 바닥을 찍고 있다는 분석의 밑바탕에는 유동성 장세의 흐름을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의 회복으로 ‘V’자형 경기회복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나타나는 주식ㆍ채권 시장의 흐름은 경기침체 후 초기 회복과정에서 항상 나타났던 소순환 경기사이클의 하나라고 지적한다. 주이환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2차오일쇼크, 일본 버블붕괴 이후 경기회복 과정에도 초기에는 V자 반등의 모습을 보였지만 2차 하강 후 하락하거나 긴 조정의 시간을 거쳤다”며 “L자형 회복과정에서 소규모 V자형 반등에 휩쓸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경제가 움직일 때는 내림세 중에 일시적인 오름세가 나타나는 만큼 최근 한두달새 나타나는 현상을 상당히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총재가 추가 금리인하 카드를 내보인 것도 소규모 사이클 이후 나타날 수 있는 2차 위기를 대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4ㆍ4분기 가시적 회복 신호 보일 듯=사실 경기바닥은 뒤늦게 확인이 가능한 지표다. 알게 모르게 경기저점이 지난 후 본격적인 회복시기에 저점을 통과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올 연말쯤 경기회복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ㆍ4분기가 금융위기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시작되는 만큼 실물경기의 악화가 현재화되며 고통을 수반한 후 회복을 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나 한은이 경기회복에 대한 언급 자체를 하반기 이후로 미루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칫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는다면 29조원에 달하는 추경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다 실물경기 하락으로 인한 국민 고통과는 동떨어진 섣부른 낙관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외변수도 쉽사리 경기회복을 논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최근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0.9%에서 -1.7%로 수정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30개 회원국의 올해 성장률이 -4.3%로 반세기 만에 최악의 침체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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