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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 내국인 해외채권투자 급증… 성적표는 ‘참담’

5년간 주식에서 이익날때 채권은 평가손 21조원 추정

“해외투자 시스템·전문성 미흡, 심각한 문제”

저금리 시대에 돌입하면서 내국인의 해외 채권 투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투자 성적표는 참담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최근 5년간 한국은행의 분기별 국제투자대조표(IIP)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투자(외환보유액 제외) 가운데 채권(부채성증권) 투자 잔액은 756억 달러로 5년 전인 2010년 2분기 말의 240억 달러보다 무려 516억 달러(약 60조원)나 증가했다. 특히 내국인의 대외 채권 보유액은 최근 1년간 179억 달러나 증가하는 등 급속히 늘어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런 대외 채권 보유액 증가는 주로 신규투자액 증대에 따른 결과로, 보유 채권의 평가이익 측면에서는 오히려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수지 금융계정에 따르면 2010년 3분기부터 2015년 2분기까지 대외 채권투자 부문의 유출초(자본이 국외로 나간 것) 규모는 총 693억 달러에 달했다. 최근 5년간 내국인의 신규 대외 채권투자액이 이 수준이라는 의미다. 5년간 해외 채권을 693억 달러어치 새로 샀는데 평가가치가 516억 달러만 증가한 것은 보유 채권의 가치가 차액인 177억 달러(약 21조원) 만큼 평가손실을 입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같은 기간 해외 주식투자에서는 평가이익을 본 것과 상반된다. 해외 주식투자 부문에서는 같은 기간 580억 달러를 신규 투자한 결과, 주식 상승분까지 포함해 해외 주식 보유액이 886억 달러 증가했다.

대외 채권투자에서 이런 비거래요인(거래 이외의 가격 및 환율 변동 등에 의한 변동)에 따른 평가손실은 최근 1년 새 급증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국제수지와 국제투자대조표 통계를 종합하면 작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최근 1년간 내국인이 해외 채권투자에서 비거래요인으로 잃은 평가손실은 103억 달러(약 1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최근 5년간 비거래요인에 따른 채권 투자잔액 감소분(177억 달러)의 과반을 차지하는 규모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투자에서는 비거래요인으로 대외 주식보유액이 오히려 21억 달러 증가했다.



이런 비거래 요인에 따른 대외 채권의 평가손실은 주로 환율 변동에 따른 평가손실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유로화와 엔화는 양적완화 정책 이후 2014년 한 해 동안 달러화에 견줘 가치가 12%나 하락했고, 특히 유로화는 올해 1분기 들어서도 달러화에 비해 가치가 11.3% 떨어졌다. 브라질 헤알화도 달러 대비 가치가 2014년 한 해 동안 10.8% 떨어졌고, 올해 1분기 들어서도 17.2%나 하락했다. 한때 국내에서 투자붐이 일었던 브라질 채권의 투자손실이 불가피한 이유다.

미진한 해외투자 성과와 관련한 지적은 지난 3일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 주최로 열린 금융자산의 글로벌 운용 전략 정책세미나에서도 제기됐다.

박영규 성균관대 교수는 기조발제문에서 “2008년 금융위기 전 해외투자 증가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 몰렸다가 중국 증시 급락으로 큰 손실을 입은 바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에는 주식 대신 채권으로 전환해 중남미 투자를 늘렸는데 이 중 대부을 차지한 브라질 채권투자는 헤알화 폭락으로 큰 손실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국내 투자자의 저조한 해외투자 성과는 국내 금융사의 해외투자 시스템 및 전문성 부족과 이에 따른 잘못된 투자자문 및 상품판매 때문”이라며 “국내 금융자산의 해외투자가 증가 추세에 있음에도 금융기관의 준비나 전문성이 미흡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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