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위한 국내절차를 시작하기로 합의해 한중 FTA 협상이 가시화하고 있다. 사실상 본무대에 오른 셈이다.
유럽연합(EU)에 이어 오는 2월 미국과의 FTA 발효를 앞둔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FTA까지 체결되면 지구촌에 유일한 자유무역대국으로 자리잡게 된다. 하지만 중국과의 FTA는 무역확대의 긍정적 경제효과뿐 아니라 경제종속이라는 부정적 측면도 병행해 제기되는 만큼 협상 개시에서 타결까지, 시점마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게 통상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도 농수산업과 중소기업 등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돼 속도조절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며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통 큰 양보'도 불사할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2010년을 기준으로 중국과의 교역규모는 1,884억달러로 한미 간 교역액 902억달러의 두 배를 넘는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액은 1,298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24%를 차지했고 수입액은 842억달러(16.6%)를 기록했다.
중국과의 교역 급증세는 지난해에도 지속됐으며 FTA가 체결되면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중국 민간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 등을 통해 FTA가 체결되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최대 3.7%가량 늘 수 있다고 추정한 것은 이 같은 교역확대의 경제기여도를 고려한 것이다.
특히 화학제품과 자동차ㆍ기계ㆍ섬유 등 전략수출 품목을 비롯해 중간재와 부품 수출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됐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낙후된 중국의 거대한 서비스시장을 공략하고 선점하는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인접국인 중국과의 FTA는 국내 농수산업에 큰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대외정책연구원은 한중 FTA로 국내 농수산업 생산량이 15%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FTA 체결 이후 10년간 과일은 10억2,000만달러, 채소는 9억7,700만달러어치나 생산이 감소하는 등 농업 부문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또 의류나 완구 등 저가제품의 수입확대로 중소기업도 피해를 볼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수혜와 피해를 막론하고 국내 산업의 중국의존도가 커지면서 차이나 리스크가 덩달아 확대되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중국경제는 갑작스런 외부 충격이나 기업부실 확대, 부동산값 하락 등 거품이 꺼지면서 주변국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데 우리나라가 그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우리나라가 2만591달러로 중국의 4,382달러보다 훨씬 많지만 GDP는 중국이 6조달러에 육박해 우리나라보다 6배나 많으며 격차는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산업의 공동화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고 중국 정부의 일방통행식 외교안보 정책이 경제관계로 확대돼 다방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우리나라가 EUㆍ미국 등과 체결한 FTA의 과실을 누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어 FTA 협상에 능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중 FTA의 필요성을 두 나라 모두 인식하고 있지만 개방의 폭과 수위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가 그렇다"면서 "협상을 하더라도 이른 시일에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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