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 그물망이 한층 촘촘해지면서 비과세 상품의 주가가 올라간 탓일까.
지난해 말 연초 세금을 피하려는 고객의 뭉칫돈을 쓸어 담고 이내 사그라지는 듯했던 즉시연금의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과세 당국의 칼날을 피해 공식적으로 용인된 절세 통로라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잠재 수요가 다시 즉시연금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삼성ㆍ한화ㆍ교보 등 7개 생보사의 즉시연금 가입 건수가 3,065건, 가입규모는 1,90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가입금액 2억원 이상 상속형 상품에 대한 과세가 마지막으로 면제된 지난 2월 6,391건 이후 월간 기준 최대 규모로 지난 5월(1,397건)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가입 금액도 ▦5월 1,422억원 ▦6월 1,505억원 ▦7월 1,825억원 ▦8월 1,904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물론 1조원이 넘었던 올 2월 실적에 비하면 20% 수준에 불과하지만 올 초만해도 과세를 피해 수십억원 수준의 큰손들이 움직였음을 감안하면 그 의미를 과소평가하기는 어렵다. 강화된 세제 개편안이 적용된 3월 이후에도 2억원 이하의 조막손들이 지속적으로 가입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 지점장은 "과세 당국이 세원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절세 상품도 줄어들고 있다"며 "자산가들 입장에서는 세금을 피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있다면 빼먹지 말고 한도액까지 채우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관점에서 2억원 이하의 즉시연금 가입, 과세가 면제되는 부부간 6억원 증여 등을 많이 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 초 상당수 자금이 즉시연금으로 몰렸는데 그때를 놓친 수요도 있는 것 같다"며 "비과세 상품을 줄이겠다는 시그널을 과세 당국이 계속 시장에 내보내고 있는 상황이라 자산가들로서는 비과세 상품을 외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만 중소형 보험사들은 즉시연금 판매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즉시연금이 일시납 형태라 자산운용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중형사 관계자는 "설계사 채널로만 팔고 있는데 방카 판매 계획은 아직 없다"며 "사실 뭉칫돈이 들어와도 돈 굴리기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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