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방세수 부족분을 모두 메워주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론 언발에 오줌 누기 상황이 될 겁니다."(지방자치단체 고위 관계자)
박 당선인이 지난 1일 전국 시도지사들과 만나 취득세 감면 등에 따른 지방세수 보전을 약속한 직후 나온 지자체들의 평가다. 일단 세수 감소에 따른 지자체의 돈 가뭄을 해소해주겠다는 박 당선인의 의지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현실적으로 보전해줄 수 있는 지방세수 규모는 한정돼 있는 반면 지방의 재정수요는 급증하는 탓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지방에 지원해줄 수 있는 재정지원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정부가 박 당선인의 의중을 고스란히 이행할 경우 적게는 4조8,000억원, 많게는 8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금액이 나오는 공식은 간단하다. 우선 지방세수 결손 보전은 지난해 기준으로 2조9,000억원이다. 박 당선인은 이를 100% 정부가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지방소비세율 인상 가능성도 제기돼 그에 따른 세수 순증액이 지방재정에 보탬이 된다. 만약 정부가 지방소비세율 인상을 현행 5%에서 10%로 인상할 경우 예상되는 지방세수 순증액은 약 1조9,000억원(증세수입중 지방교부세 및 재정교부금 할당분을 제외한 금액)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를 2조9,000억원의 세수결손분과 합산하면 4조8,000억원을 지원 받는 셈이 된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을 지방소비세를 증세해 세율을 20%로 할 경우 예상되는 지방세수 순증액은 5조8,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여기에 2조9,000억원을 합산하면 8조7,000억원이 되는 것이다. 지자체들은 이 같은 시나리오 중 전자, 즉 4조8,000억원가량이 지원되는 안이 더 유력할 것으로 본다.
반면 지방정부의 세수결손 부담은 지난해에만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08년부터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와 소득세 감세를 하면서 그에 연동된 지방교부세와 지방소득세ㆍ부동산교부세 등 지방세수가 함께 줄어든 결과다. 정부가 올해 4조8,000억원을 지원해주더라도 지난 5년간은커녕 지난 한 해 발생한 세수 구멍만큼도 메워주기 힘들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자체들의 지출수요는 계속 늘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각종 복지사업 등을 이른바 국고보조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겼기 때문이다. 2003년께부터 정부는 지자체들의 부담을 줄여준다며 국고보조사업 수를 대폭 축소한 덕분에 2005년에는 그 사업 수가 233개까지 줄었으나 이후 다시 급증해 2012년 현재 980여개에 달한다. 그에 따른 총 사업비 규모도 급증해 2012년 현재 54조원에 달한다. 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 "지방의 인구고령화 등에 따른 복지수요 증가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국고보조사업으로 인한 재정지출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미 지자체 재정지출의 절반가량을 국고보조 사업이 차지할 정도"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박 당선인이 임시방편으로 정부 재정지원을 늘리는 데 그치지 말고 국고보조사업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지방세수의 근본적인 확충을 도모해야 한다고 재정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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