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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의 북한 김정일의 북한/이기탁 연세대 사회대학장(시론)
입력1996-10-17 00:00:00
수정
1996.10.17 00:00:00
이기탁 기자
현하의 한총련사태로부터 잠수함침투에 이르기까지 오늘의 광란에 가까운 북한의 실태를 보고 있으면 김일성있는 북한과 김일성없는 북한이라는 명제가 떠오른다.김일성이 있는 북한과 김일성없는 북한이라는 정치체제에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고 본다. 일당 나아가서 일인이 지배하는 북한에 있어서는 최고지휘부의 정치적인격은 절대적인 영향을 갖기 때문이다.
○최대유산은 대남공작
가령 김일성의 정치인격에 깊은 영향을 준것은 다음 네가지였다고 본다. 첫째가 김일성이 정책결정에 깊은 영향을 받았던것은 역시 「한국전쟁」이라는 「경험」이었다. 강계로 쫓겨가 낮에는 남만주 밤에는 강계로 나와 지휘를 할때의 경험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전쟁을 직접 지휘해보았으며 쓰라린 패전을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한국민에 대한 인식이라는 바탕이었다. 인민군이 초전에 승승장구하였으나 한반도의 남북한 어느 주민도 국군을 따랐지 그를 뛰따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일성이 박헌영을 처형하기에 이르기까지 남로당을 저주하였던 이유는 한국전쟁전 남한에 폭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역으로 북한의 주민이 거의 쏟아져 남하한것에서 놀란것이다. 북한의 호적을 말살한 이유이기도 하다. 월남가족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서 였다.
셋째로는 미국의 군사력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였다. 이 역시 한국전쟁중의 경험에서 미국의 군사력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뼈저리게 인식하였다는 점이다.
넷째로는 국제적인 배신의 경험이었다. 이는 중소의 충돌에서 기인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핵을 만들려한 구상이 한국전쟁직후부터 나온 이유라고 본다. 전쟁에 협력한 소련은 미군의 한반도상륙에도 불구하고 소련의 붉은 군대는 보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략전술없는 깡패식
1954년 유엔을 기초로하는 휴전체제가 성립한이래 한반도의 안전보장체제가 그나마 유지되어온 중요한 심층동인의 한단면은 이러한 김일성의 한국전쟁이라는 뼈저린 경험에서 기인한 지도체제와 정책결정체계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유엔을 기초로하는 「휴전체제」가 북한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잘 인식하였기에 휴전체제를 건들일생각은 하지 않은 것이었다. 반면 그러기에 한국전쟁이래 김일성이 미국을 대항하는 전면전을 준비하면서도 동시에 정력을 쏟은것은 점잖케 말하여 「대남정책」이었다. 보다 정확히는 「대남공작」이었다.
김정일에게 인계된 중요한 유산은 김일성이 꾸준히 구축하여온 군사력과 보다 중요한 것은 「대남정책」혹은 「공작」이라는 방대한 유산이 거의 전부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김일성없는 북한 즉 이를 뒤집어 오늘의 「김정일의 북한」이라는 것은 한국전쟁이라는 뼈저린 경험없는 지도체제의 북한인 것이다. 김정일은 전쟁도 남한도 한반도내의 인간도 미국도 나아가서 세계정세도 모르는 지도체제와 치명적인 정치인격인 것이다 아버지로부터 「서류상」으로만의 대남정책을 인계받았을 뿐인것이다.
대남정책의 수단인 북한의 모든 정책기구와 대남공작의 모든 모체와 수단들은 그에게는 하나의 「장남감」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방대하고 조직적인 김일성의 대남공작을 총괄할 능력도 없기에 오늘의 「위기」가 오고 내일의 「위기」가 온다고 본다. 김일성과 김정일을 비교할 때에 김정일의 대남정책과 공작특징은 「무경험」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일이 후에 자기가 하였다고 「자랑한」(?)전략이었던 1978년의 「도끼만행사건」과 동시에 이때문에 김일성의 처음 있었던 판문점에서의 사과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무장과 거리먼 비무장지대인 「공동경비구역」(JSA)이라는 점이나 무기가 「도끼」혹은 「각목」이라든가 더 나아가서 미군대령을 살해한 「습격」방식을 보면 군사적인 특징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지역 수단방식 모든면에서 전연 비군사적인 깡패식이었던 것이다. 전술도 전략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오늘날 김일성의 북한으로부터 김정일의 북한으로의 이행에서 김일성때보다 더욱 위험한것은 바로 이러한 일당독재의 정치인격의 결함과 그 성격의 무모성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무모성의 대표적인 경우가 남북한의 기본질서인 휴전체제를 무시하고 이를 철폐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제력 부족이 큰 문제
휴전선만 없으면 남한을 폭력적으로 정복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판문점에 인민군군사대표부를 두고 휴전협정이나 군사정전위원회를 무시하고 남한을 내려다 보려 하고 있는 것이다. 김일성의 북한은 「겁이 있는 북한」이었으나 지금 김정일의 북한은 「겁이 없는 북한」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잠수함침투사건과 공작을 보면서 느끼는 최대의 위험은 김정일이 이미 북한의 대남공작체계를 통제할 정치적 능력이 없다는데 보다 큰 위기가 있다고 본다.
김정일의 지도력이라는 것은 한반도를 무모하게 위기로 몰아가고 있을 뿐아니라 보다 중요한것은 일과성이 아닌 지금의 잠수함침투사건을 계기로 북한체체를 위기로 몰아가는 시작이 되리라고 예견되는 것이다.
빙산의 일각인 이번 잠수함침투사건의 발로는 김정일 지도체계의 한계를 한국민과 전세계에 송두리째 보여주는 경우가 되었기 때문이다. 김일성은 아들 김정일에게 무모한 대남공작이라는 장난감을 쥐어주고 떠난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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