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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인증실태 긴급진단(下)] 빗나간 지원정책
입력1999-11-17 00:00:00
수정
1999.11.17 00:00:00
정맹호 기자
CE마크 획득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K사장의 진단이다.중소기업의 해외인증 획득을 지원하는 총괄기관으로 알려진 중소기업청. 중기청에서는 지난해 25억원, 올해 58억원을 중소기업 해외인증 지원금으로 책정했다. 내년에는 84억원에다 여성기업을 위한 특별예산 12억원을 더해 모두 96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 예산은 정부관련기관을 포함한 110여개 컨설팅업체로 들어간다. 예산자체가 컨설팅비용의 70%이하로 쓰이도록 규정돼있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를 통해 해외인증마크를 받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예산배정이다.
중기청 관계자의 말. 『국내 중소기업은 스스로의 힘으로 해외인증을 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또 스스로 준비해서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업체라면 지원자체가 무의미하다』
컨설팅업체를 통해 해외인증을 획득하려는 업체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비용은 비용대로 지불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컨설팅업체를 잘못 선정해 벌어진 일』이라며 『국내 중소기업들은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곳에 의뢰한다. 이로 인해 비전문분야 컨설턴트에게 배정돼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것』이라고 책임의 일정부분을 중소기업에게 떠넘겼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해외인증 획득을 위한 지원금도 좋지만 「고기를 잡는방법」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정책방향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해외인증 규격집을 배포하는 곳이 없는것은 아니다. 표준협회에서 CE마크 등 해외인증와 관련된 자료를 해외관련기관과 협정을 통해 일정부분을 판매하고 있다. UL마크와 관련된 자료는 구판만 보유하고 있다.(해외규격은 해마다 내용이 개정된다)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지 못하지만 공익적인 성격인 표준협회는 이를 「판매」해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 보유하고 있는 규격집이 워낙 적어 다양한 업종의 중소기업들 요구에 턱없이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표준협회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표준협회가 원망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정부지원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도 어쩔 수 없다. 매년 갱신되는 해외자료집을 구하는데 사용하는 연간 7억원의 지출도 부담스럽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대안은 있다. 정부차원에서 해외관련단체와의 협상을 통해 모든 자료집을 확보해 중소기업들이 열람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 규격집을 모두 한글화하는 과정을 거쳐 이해를 쉽게 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추정예산은 수백억~수천억원. 업계에서는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증에 대한 규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규격집 박물관이 국가 지상과제처럼 인식되고 있는 해외수출의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표준협회격인 BSI. 영국 국가기관인 BSI는 관내 인증인 CE마크와 관련된 모든 규격은 물론 다른나라의 모든 규격을 확보해 세계곳곳에서 판매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여기서는 영국내에만 수십여개의 규격집 도서관을 건립, 원하는 업체들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맹호기자MHJE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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