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가 삼성전자(005930)를 19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면서 1조원 넘게 팔아 치웠다. 삼성전자가 3·4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자 대규모 매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를 비운 기관투자가의 포트폴리오에는 자동차·생활용품·담배·밥솥·화장품 등 생활 밀착형 소비주와 배당이 높은 종목들이 대신 자리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가는 삼성전자를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1조229억원어치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2,712억원어치를 사들였고 개인도 7,670억원 순매수했다. 기관의 경우 전체적인 포트폴리오에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외국인과 개인보다 적극적으로 삼성전자의 비중을 줄여가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하반기는 한마디로 암울하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3·4분기 어닝쇼크를 예상했고 이날 현대증권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인 7조5,000억원보다 한참 밑돈 5조9,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8개 증권사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7조원이 안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목표주가도 줄줄이 내리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인 123만원보다 불과 12만원가량 높은 135만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한 증권사도 있다.
실적부진의 주요 원인은 스마트폰 판매 부진과 이로 인해 파생된 부품 사업까지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가전 부문 역시 전통적으로 3·4분기가 부진한 시기여서 실적개선에 힘을 보태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유럽 등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고 그 줄어든 부분을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들이 대체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부진으로 부품사업 부문에서 자체적으로 수급했던 OLED·시스템반도체 등도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부진이 전염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갤럭시 노트4의 생산 규모가 갤럭시 노트3의 60% 수준으로 예상되는데다 경쟁이 심해질수록 마케팅 비용도 증가해 4·4분기까지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기관은 장바구니에서 스마트폰을 줄이고 그 자리에 자동차·생활용품·담배·밥솥·화장품 등 생활밀착형 소비주와 고배당주로 채웠다. 삼성전자를 19일 연속 순매도하는 동안 기관은 기아차(000270)를 1,550억원 사들였고 LG생활건강(051900)(1,332억원), KT&G(1,019억원), KCC(810억원), 아모레퍼시픽(866억원), 삼성생명(763억원), GKL(741억원), 쿠쿠전자(635억원) 등도 많이 순매수했다. 고배당주로는 한전KPS(051600)(1,139억원), SK텔레콤(017670)(1,200억원), KT(1,108억원) 등이 기관투자가들의 선택을 받았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형주 중 삼성전자를 대체할 만한 업체로 자동차 업체들에 수급이 몰리는 것으로 보이고 나머지 소비주들은 중국 소비와 연결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며 "고배당주는 장기 투자 성격이 강하고 앞으로도 배당 상승 여력이 있기 때문에 기관이 사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 업체는 여전히 주가가 싼 편이라 추가 상승이 가능하고 나머지 중국 소비주들의 경우 주가가 많이 오른 편이라 현재 시점은 매수 타이밍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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