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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투입자본 수익성 우선 재검토.개혁을
입력1998-11-25 00:00:00
수정
1998.11.25 00:00:00
최병인(앤더슨컨설팅)오늘날 기업들은 경제위기의 최대 주범으로 매도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에 대한 평가는 당시의 상황에 따라 급격하게 바뀐다. IMF 발생 1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한국의 OECD 가입, 국민소득 1만불 달성, 그리고 성공적인 한국 기업에 대한 국제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일반적인 논조였다. 삼성 전자의 반도체 사업의 성공은 과감한 투자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는 통찰력 있는 리더십으로 평가됐고, 나아가 한국 경제는 아시아의 성공 모델, 개발도상국 경제개발의 교과서로 받아 들여졌다. 지금은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는 옛날 이야기인 것 같지만, 당시엔 우리들에게 성취감을 느끼게 했던 자랑스런 기억들이다. 만약 내년에 세계 경제가 회복되어 기업들의 수익이 반전 되고 수출이 확대된다면 한국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완성하고 재도약의 길을 가고 있다고 말할 것인가?
이처럼 당시에 보이는 현상만을 쳐다보고 판단한다면 우리는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을 놓치게 된다. 『2년 전에는 그렇게 좋은 상황이 1년 만에 이렇게 나빠진 이유는 무엇일까』하는 질문은 매우 잘못된 질문이다. 『내년에 상황이 호전되면 좋아질 것인가』하는 질문 또한 마찬가지. 과거의 우리 기업들에게 「좋은」 시절은 없었다. 다만 겉으로 좋아 보였을 뿐이다. 그러한 근본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면 크게 잘못된 구조조정이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과오를 범하게 될 것이다.
◇기업의 구조조정노력 평가
지난 1년 동안 한국 기업들은 상당히 많은 구조조정 노력을 경주해 왔다. 기업에 대한 개혁은 크게 5가지 방향. 먼저, 과다한 차입 경영에 의한 수익성 저하를 해소하기 위한 부채 비율의 축소, 두번째는 경영의 투명성 제고 및 이를 위한 기업 결합 재무제표와 선진 경영 시스템의 도입, 셋째는 경쟁력을 상실한 사업 부문에서 철수를 통한 핵심 분야에 집중, 넷째는 상호 지급 보증의 해소,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배 주주의 경영에 대한 책임성 확립 등이다. 예를 들어 우리 경제의 주요 문제점으로 제기됐던 재벌 구조가 급속히 해체돼 가고 있다. 부도에 의한 퇴출, 은행의 협조융자를 받아서 타의에 의한 구조조정이든 스스로 선택에 의한 것이든 많은 재벌 기업들이 그룹 해체의 길을 가고 있다. 5대 그룹과 롯데를 포함한 3-4개의 중견 그룹을 제외하고는 「그룹」이라는 명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지배 주주의 경영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대부분의 그룹 총수들이 주력기업의 대표이사로 등재하였고, 회장실 기조실도 외견상 해체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의 기업들의 노력에 대해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외형적인 변화를 떠나 기업의 내부를 들춰보면 선진시스템의 도입을 통하여 궁극적인 목적인 경쟁력의 제고라는 목표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구조조정방식은 당장 기업의 존속이 우려되는 기업들의 필사적인 자구노력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기업들의 소극적인 자세 등 두가지로 나눌수 있다.
자구노력에 매달리는 기업들은 단기적인 시각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의 장기적인 목표와 계획에 의거하여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보다는 당장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사업부를 정리하고 있다. 앞으로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완료된 이후 그 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는 매우 근시안적 접근방식이다. 그러나 급한 불부터 끄고 나중에 걱정하자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처음부터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구조조정의 원칙과 사업 분야의 우선순위를 선정하고 미래에 대한 설계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성공적인 구조조정은 향후 기업의 정확한 모습 즉, 명확한 사업의 모델이 정의되고 그에 필요한 핵심역량에 대한 파악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반면에 여유가 있는 그룹은 아직도 과거의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 지 의심스럽다. 부당 내부거래로 공정거래위원회와 논쟁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이 대표적인 예. 비록 경쟁력이 없는 계열사라도 그룹의 도움으로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란 믿음을 아직 갖고 있는 듯하다. 또한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내부 현금 창출을 통하기보다는 자산의 재평가를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고자 하는 재계의 노력과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금융권과의 갈등에서 아직 우리기업의 사고가 가치창출과는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기업의 과제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기업은 크게 세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기업경영의 올바른 목표설정, 둘째는 지금처럼 위기와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명확한 비전을 설정, 마지막으론 과감한 경영혁신의 추진등이다.
이 시대에 기업에게 가장 필요한 점은 경영의 방향을 바르게 설정하는 것이다. 과거와 같이 매출의 성장이나 수익과 같은 단순한 양적성장을 향하여 조직을 이끌고 갈 수 없다. 기업존립의 근본적인 목적인 투입된 자원, 인력과 자본의 비용을 초과하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성과지표의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치중심의 경영에서 제시하고 있는 투하자본 수익률(ROIC, RETURN ON INVESTED CAPITAL)이 그러한 지표로서 적절하다. 이는 영업활동을 통하여 창출한 수익을 소요된 투하자본으로 나눈 지수로 정의된다. 기업의 중장기 전략 목표나 연간 사업계획을 수립함에 있어서 투하자본 수익률을 이용하면 투자의 적정성을 제고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데 도움이 된다.
투하자본 수익률의 중요성을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과 결부해서 살펴보자. 한국의 경제위기의 원인을 단기적으로 외환유동성 및 신용경색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있고, 근본적인 한국기업의 체질상의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필자는 좀더 근본문제로 쳐다보고자 한다. 기업들이 자본의 비용을 초과하는 수익을 지속적으로 달성했다면, 일차적으로 300-500% 를 상회하는 부채를 짊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또한 외국 투자자본들이 한국 기업들의 미래에 대하여 크게 우려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필자는 아직 위기의 상황이 발생하기 전인 1996년 말에 20대 재벌의 투하자본 수익률을 계산한 적이 있다. 이 결과 모든 그룹의 투하자본 수익률이 평균자본비용(평균 12%)에 미달하고 있고, 미국 우량기업들의 평균인 18-20%와 비교할 경우 상당히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동아 건설을 제외하고 1997년도에 들어와서 문제가 된 한보, 기아 및 진로가 상대적으로 타 그룹에 비하여 낮은 투하자본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투하 자본수익률이 4.0 이하인 두 그룹도 부도 직전의 상황하에서 자구노력으로 현재 여념이 없는 실정이다. 한국경제의 위기는 외환 위기 및 기업의 부도라는 단기적인 유동성의 문제가 직접적인 시발점이지만 근본적으론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하여 충분한 가치를 창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투하자본 수익률이 자본을 조달하는 비용보다 낮은 경우, 기업은 지속적인 영업활동을 유지하기 위하여 차입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지속적으로 투하자본 수익률이 자본 비용 보다 낮은 경우 그 기업은 존속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기업의 존재이유, 즉 투입한 자원을 초과하는 경제적 가치의 산출을 지향할 수 있도록 투하자본 수익률을 핵심 경영지표로 활용해야 한다. 단순히 새로운 성과지표로서 기존지표를 대체하기보다는 전체 조직원이 공감하고 과거에 지표에 익숙한 조직원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중장기 비전의 확립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구조조정이 단순히 기존 사업을 정리하는 축소 위주의 활동이라면 조직원의 심리적 불안만 가중될 것이고, 높은 성과를 달성하고자 하는 동기부여도 부족하다. 비록 당장은 급한 불을 끄는데 중점을 두고 있지만, 중장기 모습을 명확히 설정함으로써, 조직원과 함께 동참하는 구조조정 노력이 돼야 한다. 비전이 기업의 경영에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은 조직원에게 밝고 희망찬 미래를 향한 동기 부여, 향후 기업 진로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과 그에 따른 효율적인 의사 결정과 자원의 집중, 그리고 무엇보다도 비전 설정을 통하여 경영자와 종업원이 하나로 묶는 구심점의 형성이다. 따라서 어려울수록 노사가 공동의 운명을 느낄 수 있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제는 혁신적인 경영개선을 통하여 개별 기업의 성과수준을 한 차원 끌어 올려야 한다. 궁극적인 경제위기 탈출은 개별 기업이 수익성, 생산성이 제고되어 국가 경제의 경쟁력이 충분히 갖춰져야 가능하다. 따라서 기업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전략, 조직 구조 및 업무시스템 등에 대하여 총체적인 검토와 개혁이 요구된다 하겠다. 과거 IMF 경제위기 발생하기 전에 비하면, 혁신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한층 제고됐기 때문에 조직원의 동참이 한층 높아졌다. 다만 전제로 앞에서와 같이 공통의 공감대가 구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기업들이 효과적인 경영혁신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필요한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조직전체의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므로, 다음 단계로서 변화의 핵심 분야와 성과 개선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영혁신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투하자본 수익률은 유용한 출발점을 제시해준다. 투하자본 수익률을 분석함으로써 적절한 경영혁신의 성과목표를 설정할 수 있고, 또한 혁신이 필요한 분야의 우선순위를 파악하는데 매우 적절하다. 과거 5년 정도의 투하자본 수익률을 체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기존의 문제점과 개선이 가능한 분야가 수익성의 문제인지 자본회전률의 문제인지, 아니면 여신이나 재고와 같은 운전자본의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세부분야까지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분석에 기초하여 향후에 달성 해야 할 성과 수준을 내부 미팅을 통하여 관련된 조직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면 경영혁신의 반은 이미 달성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참여와 공동의 문제해결이라는 개방된 의사 결정 과정에서 개별 과제에 대하여 책임을 명확히 하고 추진함에 따른 추진력이 가일층 제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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