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고배당주인 KT가 실적 악화에 배당금 축소 방침을 밝히자 주가가 큰 폭으로 빠졌다.
이석채 회장 사퇴에 따른 경영 공백에 이어 배당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당분간 KT 주가는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KT는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6.81% 내린 3만1,450원으로 마감했다. 기관이 1,000억원 넘게 KT 주식을 내던졌고 외국인도 10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해 3월 약속했던 '주당 2,000원 배당' 정책의 이행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해지면서 실망 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KT는 11월29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실적 부진으로 주당 배당금이 2,000원을 밑돌 수도 있다"고 밝혔다.
2013년 회계연도 배당금액은 내년 초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며 내년 배당계획도 사업계획 등을 고려해 재검토할 계획이다.
앞서 KT는 지난해 3월 "앞으로 3년간 매년 최소 주당 2,000원의 배당을 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고배당주'로 유명한 KT가 배당정책을 수정한 것은 실적 악화 때문이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KT의 올 3·4분기까지의 연결기준 누적 순이익은 4,8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4% 줄었다. 별도 기준 누적 순이익 역시 2,14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107억원)보다 크게 쪼그라든 상태다.
증권시장에서는 '배당매력이 줄어든 고배당주'를 두고 목표가 하향이 잇따랐다.
최윤미 신영증권 연구원은 "배당 하향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공식적으로 배당 조정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단기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4·4분기 실적과 신규 최고경영자(CEO) 선임 관련 불확실성은 단기 주가에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목표주가도 기존 5만5,000원에서 4만7,000원으로 내려 잡았다. 현대증권·동부증권'우리투자증권 등도 목표가를 하향했다 .
한편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꾸준히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기업인 만큼 바닥인 지금 저가 매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웅필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이사는 "배당 매력으로 버티던 종목이라 명확한 배당 공시가 나오기 전까지 조정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실적은 내년부터 개선될 수 있고 꾸준히 현금을 창출하는 회사인 만큼 팔 시점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KT 주가가 CEO 공백과 배당 불확실성 등 겹악재로 이미 바닥을 경험하고 있는 만큼 내년 실적을 고려할 때 지금이 저가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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