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판교가 외식업계의 새로운 실험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썬앳푸드·MPK그룹·CJ푸드빌 등 외식기업들이 앞다퉈 이곳에 신규 브랜드 1·2호점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정보통신(IT) 분야 기업들이 대거 입주해 한국의 '실리콘밸리'라는 별칭을 얻고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가 2015년까지 300여개 기업, 16만명 이상이 근무하는 거대 기업단지로 조성될 예정인데다 인근 동판교 지역 아파트단지 인구는 2~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많은 유동인구에 더해 서울 강남 및 경기도 분당과의 뛰어난 접근성, 서울 홍대·가로수길 등 주요 상권에 비해 저렴한 임대료 등이 새로운 외식브랜드의 성공 가능성을 시험할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9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안 레스토랑 '매드포갈릭', 한식전문점 '모락' 등을 운영하는 썬앳푸드는 지난 9월 스테이크 전문점 '포쿡' 1호점을 판교의 복합쇼핑몰 아브뉴프랑에 열었다. 포쿡은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1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는 콘셉트의 레스토랑이다. 썬앳푸드 관계자는 "1호점이 좋은 반응을 얻어 지난주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에 2호점을 열었고 내년 초에는 서울 중심 상권에 3호점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K그룹은 피자 도우를 만드는 관계사인 고전을 통해 올 초 론칭한 일식전문점 '호소카와야'의 2호점을 지난 8월 판교에 열어 운영 중이다. 호소카와야는 MPK그룹이 국내에서 성장이 정체된 피자전문점을 대신할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지난해 5월 고전에 외식사업부를 준비한 브랜드로 점심에는 우동과 돈부리 등 식사, 저녁에는 사케·와인 등 주류를 함께 판매하는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다.
CJ푸드빌이 지난 7월 론칭한 한식 패밀리레스토랑 '계절밥상'은 판교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사업 확대에 나선 사례다. 복합쇼핑몰 아브뉴프랑에 1호점을 연 계절밥상은 개점 후 1개월 만에 3만명이 방문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지난 9월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점(2호점), 11월에는 경기도 시화이마트점(3호점)을 잇달아 열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판교의 1호점은 테크노밸리와 아파트단지에 인접한 덕분에 평일 점심에는 주부, 저녁에는 직장인, 주말에는 가족단위 고객 등 고객층이 고루 분포돼 있다"고 설명했다.
곰탕전문점 '다하누곰탕'을 운영하는 한우전문기업 다하누도 지난 2011년 판교에 축산물 전문 쇼핑몰 'AZ쇼핑' 1호점을 연 후 현재 4호점까지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다하누 관계자는 "서울과 가까운 거리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매장 임대료로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곳을 찾아 판교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판교 지역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아브뉴프랑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호반건설이 식음료 전문 복합쇼핑몰로 기획해 올해 4월 문을 연 아브뉴프랑에는 현재 약 70여개에 달하는 외식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아브뉴프랑 측은 개점 후 일 평균 방문객수(자가 차량 이용자 수 기준)가 계속 증가해 이달 들어서는 평일 1만명, 주말 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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