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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원그룹/“나보다 남먼저…” 경영철학 40년(재벌)
입력1997-03-28 00:00:00
수정
1997.03.28 00:00:00
고진갑 기자
◎오너부터 격식탈피 「열린업무」로 내부결속/“우리입맛 지키자” 고객의견 수렴 제품생산/“이젠 제2의 도약을”… 정통·유통·호텔 등 사업 다각화 총력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위치한 미원그룹 빌딩. 이곳을 처음 찾는 사람들은 연간 1조8천6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미원의 그룹사옥이라는 것을 의심하게 된다. 대기업 빌딩답지 않게 6층짜리 작은 건물인데다 너무 평범하고 초라해 보이기 때문이다. 겉모습 뿐 만 아니다. 현관에 들어서면 「충격」은 더 커진다. 10평도 안돼는 비좁은 로비에 미원을 상징할만 한 휘호나 흔한 그림 한점 걸려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지 미원의 주력상품이라 할 수 있는 조미료와 장류를 전시한 2평 남짓한 조그마한 공간만이 있을 뿐이다.
현관에 서 있는 경비직원들은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는다. 그러나 『어디에 가느냐, 왜 왔느냐』는 상투적인 질문도 없다. 그저 웃으며 반가운 표정을 짓는 정도다.
사무실에 들어서면 이런 모습은 계속된다. 대부분의 임직원들이 입고 있는 옷은 중저가 브랜드에 화려하지 않은 넥타이, 점퍼차림에 이르기까지 결코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미원에서 느낄 수 있는 인상은 이렇게 화려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서민적이고 인간적인 냄새」가 짙게 풍긴다. 미원의 주력품목인 조미료가 음식의 맛을 내는데 필수적이듯 미원인들은 외양은 소박하고 평범하지만 인간들이 살아가는 아기자기한 모습과 손님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미원의 기업문화는 사람과 고객을 중시하는 이 그룹의 분위기가 밑바탕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원인들도 자기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존중하는 그룹분위기를 미원의 기업문화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다.
이런 풍토는 임직원들에 국한된게 아니다.
경영이념에도 명시돼 있다. 이는 창업자인 임대홍 명예회장과 임창욱 회장의 경영철학과도 무관치 않다. 특히 쓸데없는 격식을 싫어하고 소탈한 성격을 지닌 오너일가의 솔선수범하는 행동에서 미원의 인간고객중심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뿌리내렸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이해해야 한다. 특히 우리것에 대한 깊은 사랑을 가지고 밝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난 56년 동아화성공업을 설립, 순수 민족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맛의 대명사인 「미원」을 개발해 오늘날 그룹의 토대를 만든 임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이다. 임회장이 내놓고 있는 인간고객중시 경영철학도 임명예회장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모든 경영정책은 소비자 위주로 계획되고 시행되야 한다. 우리 모두가 생산자이며 소비자다. 생산자가 해야 할 일과 소비자로서 누려야할 일은 최고로 다 해내야 한다. 이 세상은 나만이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 우리를 존중하는 것이고 나를 존중하는 궁극적인 자세다. 우리라는 것을 존중하는 사고와 행동속에서만 행복과 번영이 지속될 것이다.』(97년도 신년사)
미원맨들은 이같이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분위기야 말로 오늘날의 미원을 만든 원동력이고 미래의 미원을 만들 촉매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미원은 이같은 분위기속에서 신뢰가 바탕이된 강한 애사심과 내부결속력이 자연스럽게 형성됐으며 이것이 미원의 장점이자 앞날을 밝혀줄 등불이라고 믿고 있다.
물론 미원은 이같은 장점이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인간위주의 경영에 치우치다 보니 사내분위기가 보수적이고 느슨하다는 것이다. 특히 신세대 사원들은 『남을 먼저 생각하는 정도경영만 한다고 누가 알아 주느냐. 카멜레온 같은 과감한 변신과 술수가 우리 그룹에서는 너무 부족한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이런식으로 가다간 그동안 음식료업계에서 다져놓은 최고의 위치도 불안하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그룹에 비해 프로의식이 부족하고 공과 사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개인의 역량보다 조직에 의한 팀플레이만을 너무 강조하다보니 중간만 가도 된다는 현실안주 의식이 팽배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인식은 기술을 통한 최고만을 고집했지 그에 걸맞는 몸집부풀리기에는 너무 소홀하다 보니 「전통민족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식품그룹」으로 안주하고 만 결과를 초래했다는 불만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미원은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다. 최근 임회장이 「열린경영」을 강조하며 개혁을 부르짓는 것은 이같은 단점을 없애고 새로운 미원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
지난 87년 임회장이 취임한 뒤 취하고 있는 일련의 변화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임회장은 인간중시라는 미원문화의 장점을 근간으로 하면서도 시대변화에 맞는 변화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
임회장은 취임이후 조용한 경영행보를 유지했지만 미원의 근본 모습들을 바꾸면서 제2의 도약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조미료를 비롯한 장류 등 식품일색의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해 정보통신·유통·호텔 및 광고산업 등 미래 첨단산업에 잇달아 진출했고, 지난해에는 삼풍백화점 부지를 전격 인수, 세인을 놀라게 했다.
고객과 함께 세계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그룹 CI(이미지통합)작업을 완료함은 물론 2000년대에는 인류의 행복을 추구하는 창의적이고 세계적인 초우량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장기 비전도 세워놓았다.
또 개인의 능력과 성과를 기준으로 하는 신인사제도와 우리나라 신입사원 채용방식의 새로운 변화를 몰고온 「다차원면접제」도입 등을 통해 능률위주의 조직으로 만들어 가며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지난 94년 그룹에서 분리된 세원그룹과 재결합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 새로운 미원으로 재탄생하겠다고 선언했다.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문화를 바탕으로 21세기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형식과 틀이 완전히 파괴하며 모든 것을 능률위주로 바꾸고 있다.<고진갑>
◎“세계적 조미료” 견인 「중앙연」/글루타민산 대량생산 발효법 등/고부가신기술 1만여건 개발/분야도 생명공학·화학 등 확대
미원그룹은 지난 40여년 동안 연구개발에 관한한 어느 기업에 손색없는 투자를 해왔고, 많은 성과도 거두었다.
미원의 이같은 활동에 대해 그룹 관계자들은 『임대홍 명예회장의 창업정신인 실험정신과 개척정신이 그대로 이어진 결과』라고 말한다. 임명예회장은 창업이후 『연구개발만이 살 길이다』며 많은 난관을 극복한 끝에 발효법이라는 글루타민산 대량생산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이것이 오늘날 「미원」이세계적인 조미료로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
미원은 이후 축적된 고도의 발효기술을 바탕으로 식품가공기술은 물론 생명과학·정밀화학·고분자화학·축산과학·정보통신 등 여러 분야로 연구영역을 확대, 3백여건의 특허와 1만여건의 산업재산권을 보유한 고부가 신기술 개발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이를 주도하는 곳이 바로 미원중앙연구소다. 중앙연구소는 각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는 연구개발체제를 통합,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경기도 이천에 2백50억원을 투자, 연건평 6천평규모의 최첨단설비를 갖춘 세계적인 규모로 지난해 3월 완공됐다.
미원은 중앙연구소를 첨단 과학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중추적인 연구기관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생명공학과 정밀화학 분야가 결합된 고부가 신물질 생산기술을 확보, 항생제·항암제·치매치료제·백신 등의 상품화를 추진하고 발효공학을 응용한 식품 신소재 개발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와함께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ABS(아크릴로부타디엔스틸렌)·PS(폴리스틸렌) 등 폴리에스터수지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21세기 미래산업으로 평가되고 있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액정폴리머 등 첨단산업에 소요되는 고기능성 신소재 개발에도 연구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21세기 비전 「GAJA 2000」/“경영전반 개혁” 94년부터 실시/계열사별 기획위… 사원뜻 모아
「2000년대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을 위해 우리함께 뛰자.」
미원그룹이 21세기 그룹비전을 실현하고 경영의 전분야에서 변화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기업문화를 창조하기 위한 실천전략으로 지난 94년부터 그룹차원에서 전개하고 있는 운동이 있다. 「GAJA(Go And Jump Altogether) 2000운동」이다.
이 운동은 ▲고객지향 ▲프로세스 중시 ▲영역없는 지원 등 세가지 기본목표를 갖고 변화와 혁신을 통해 21세기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실천의지를 담고 있다.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원은 중장기 추진방향으로 ▲제품·기술혁신 ▲업무·관리혁신 ▲의식·행동의 개혁 등을 설정하고 경영전반에 걸쳐 대수술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원은 특히 이 운동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각사별로 21세기 기획위원회를 설치, 계열사별 특성에 맞는 혁신운동 전개함은 물론 최고경영자부터 사원에 이르기까지 전사원의 참여와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있다.
신상품 아이디어 공모제·경영혁신 논문공모 등을 통한 경영 및 업무개선과 정년도래자 관리제도·자매사우제 등을 도입, 내부고객인 사원들의 만족도를 높여 인간존중의 경영이념을 실천하는 것도 이 운동의 주요 목표다.
미원은 앞으로 GAJA 2000운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문화와 경영전략을 서로 결합, 미원인 모두가 경영의 본질을 이해하고 경영에 대한 통일된 정의를 가져 의사결정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미원고유의 경영관리체계(MMS)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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