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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증권대상] "위기를 퀀텀점프 기회로" 멀티플레이·빗장수비 빛났다

내수부진에 환율전쟁… 자본시장 '혹한의 계절' 속

자금 블랙홀 ELS '위험 논란' 되레 신뢰회복 계기

배당확대·세제 혜택 기대감에 펀드시장도 기지개


국내 자본시장이 혹한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가뜩이나 움츠러든 내수경기는 세월호 사고의 여파로 꽁꽁 얼어붙었고 글로벌 경제상황 역시 미국을 제외하곤 아직 어둡기만 하다. 특히 미국과 유럽, 일본에 이어 중국까지 환율전쟁에 가세하면서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넛크래커' 신세에 빠져있다.불확실한 대내외환경 속에 국내 증시 역시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 수장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내세운 '초이노믹스'에 힘입어 코스피는 지난 7월 30일 2,080선을 넘어 연고점을 돌파하면서 지난 3년간 지겹도록 갇혀있던 박스권 탈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유럽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속에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까지 겹치며 외국인 투자가들의 자금이 대거 이탈하기 시작했고 코스피는 곤두박질쳤다. 결국 지난 10월 17일 8개월여 만에 다시 장중 1,900선이 무너진 코스피는 이후 상승 동력을 상실한 채 1,930~1,960선에 머무는 박스권으로 회귀했다.

이처럼 박스권 장세가 계속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의 유동자금은 정기예금 금리의 2~3배 수익을 내건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ELS는 특정 종목이나 주가 지수 등 기초자산의 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금융상품으로,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3·4분기 국내 ELS 발행금액(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20조1,542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만 해도 매월 2조~3조원 가량 팔리던 ELS는 지난 9월 한 달에만 무려 8조3,000억원 어치가 팔려나가며 시중의 갈 곳 없는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시중 자금이 ELS로 쏠리다 보니 9월말 기준 ELS 시장 규모(48조5,000억원)가 국내 주식형펀드(공모·51조원)를 턱 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이에 맞춰 국내 증권사들도 기초자산 가격이 3년 안에 40~5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6~7% 가량의 수익률을 약속하는 상품들을 앞다퉈 출시했다.

하지만 어느 상품이든 쏠림 현상은 주의가 필요하다. ELS도 마찬가지다. 지난 3·4분기 판매된 ELS 가운데 투자원금을 잃을 수 있는 원금 비보장형 상품은 무려 80%(16조원)에 달한다. 투자자들이 워낙 돈을 굴릴 데가 없다 보니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중수익을 거둘 수 있는 ELS에 몰린 탓이다.

그러나 본지가 기획시리즈에서 지적했듯이 ELS의 모든 상품이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올 들어 7월까지 만기가 돌아온 상품 5개 가운데 1개가 손실을 냈고 손실액은 1,117억원에 달했다. 최근에는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가 처음으로 원금손실구간(Knock-In)에 접어드는 등 종목형 ELS의 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신규 발행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까지 전체 ELS 가운데 발행 비중이 2~3% 수준이었던 종목형 ELS는 지난달 0.7%까지 떨어졌다.



최근 들어 ELS의 위험성이 부각되는 것은 금융투자업계에게는 위기인 동시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같은 ELS상품이더라도 고객 중심의 관점에서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며 중수익이 가능한 상품을 내놓는다면 다시금 고객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 국내 펀드 시장도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1월만 해도 4조1,240억원에 달했던 국내외 펀드 설정액이 8월에는 3조6,670억원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9월 말 3조7,511억원으로 반등에 성공하며 국내외 펀드설정액은 지난달 말 기준 4조1,941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부각되면서 삼성그룹주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고, 연말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배당주 펀드로 돈이 흘러들어온 덕분이다.

공모펀드 거래세 인하와 배당주 펀드에 대한 배당소득세제 혜택 등 다양한 펀드 지원책이 시행될 경우 펀드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금융당국과 세제당국은 연 소득 5,000만원 이하 근로자만 가입할 수 있는 소장펀드 가입자 요건을 연소득 8,000만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입조건 완화가 시행되면 100만명 이상의 가입자가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또 공모주 펀드에 한해 주식거래세를 폐지 또는 인하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배당 주식에서 나온 배당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을 현행 14%에서 9%로 인하하는 내용의 배당소득 증대세제 대상에 배당주펀드를 포함하는 내용도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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