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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옛 한국농어촌공사 본사 부지가 민간자본에 매각됐다. 9번의 유찰 끝에 성공한 것으로 매각대금만 2,614억원에 달한다. 농어촌공사가 본사 부지매각을 추진한 것은 지난해 9월. 1년여 동안 9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했지만 부동산경기 침체와 용도변경 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매번 주인을 찾지 못했다.
농어촌공사는 지지부진한 부지매각의 활로를 찾기 위해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매수자에게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인허가 등 개발에 따른 부담을 해소해준 것. 매수자는 계약 체결 후 10개월이 지나면 지방자치단체와 개발 가능성 등 사업성을 타진해보고 계약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사는 계약이 해지되면 계약금 및 중도금을 이자 없이 원금만 반환하는 방식이다. 공사 관계자는 "만일 계약이 해지된다 해도 계약금과 중도금에 대한 이자수입이 발생하므로 공사 입장에서도 손해가 없다"며 "이번 부지매각은 입찰방식의 변경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다른 공공기관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지난달 전남 나주로 본사를 이전한 공사는 이번 부동산 매각으로 공공기관 부동산 매각의 성공적인 선례로 남게 됐다.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에 따른 본사 이전과 부채 감축 등을 위해 종전 부동산 매각을 추진 중인 공공기관들이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10조원이 넘는 돈에 팔린 서울 강남의 한전 부지처럼 금싸라기 땅이 적지 않지만 대부분 매각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재무관리계획 수립 대상 주요 40개 공공기관의 빚은 511조원. 한시라도 빚을 줄여야 할 판에 사옥에만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씩 잠겨 있다.
이달 중 경남 진주시로 이전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사옥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분당과 용인, 죽전지구의 기반시설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뛰어난 입지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LH는 본사 부지와 건물 등(11만㎡·3,524억9,000만원)을 팔아 부채 감축 등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한다는 계획이지만 매각이 추진된 2010년 이후 아직까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3,000억원짜리 도로공사 사옥은 자연녹지로 묶인 탓에 매각이 여의치 않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전 부동산 미매각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개별 부동산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여러 각도로 조망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용도변경과 조세·금융 인센티브로 민간투자자를 적극 유치하고 가격과 매각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융통성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 부동산 왜 안 팔리나…가격·입지, 민간 눈높이와 미스매치=공공기관들은 2007년 제정된 '혁신도시특별법'에 따라 종전 부동산 매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2008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국내 부동산경기 침체로 민간의 투자가 극도로 위축된데다 공공기관 부지가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점 등이 맞물리면서 강남 한전 부지와 같이 노른자위 땅에 위치한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매각이 지지부진하다.
공공기관의 종전 부동산 부지 가격은 주로 500억~1,000억원대로 상당히 고가다. 입지의 경우도 대부분 안산·용인·남양주 등 수도권 외곽에 몰려 있다. 민간이 매입해서 개발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큰데다 입지 자체의 매력도 역시 떨어진다는 얘기다. 서민석 코람코자산신탁 이사는 "공공기관 자산은 국유재산법 회계예규에 따라 유찰되더라도 가격을 예정가격에서 더 내릴 수 없다"며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자금조달이 수월한데다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 또한 낮은 지금이 알짜 사옥을 매입하기에는 적기이지만 가격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대강당이나 운동장 등 주로 학교 건물에서나 볼 수 있는 특유의 구조를 공공기관 사옥이 갖고 있는 점도 매각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1997년 준공된 LH 사옥의 경우 일반상업지역 용적률 허용치인 400%보다 훨씬 낮은 120%로 지었지만 건물구조 탓에 수익형 부동산으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서 이사는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지어 용적률을 최대한 적용 받더라도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주변 교통혼잡과 공실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용도변경 허용·금융 등 지원방안 총동원해야=투자자 입장에서 종전 부동산 부지가 매력적이지 않다면 결국 가치를 높여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자체를 적극 독려해 주로 업무용 시설용지나 연구시설용지로 구분돼 있는 종전 부동산 부지를 상업용지 등으로 풀어주는 용도변경이 첫번째 과제로 꼽힌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공공기관 이전부지는 매물이 너무 많이 나와서 차별화가 안 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가격을 너무 낮추면 헐값매각 논란이 일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원하는 대로 용도변경을 해주고 기부채납을 받는 방식으로 얽힌 실타래를 푸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츠(REITs) 등 부동산간접투자회사를 활용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종전 부동산 중 임대수요가 있는 부동산을 묶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투자자를 모아 매입자금을 회수하는 방안과 개발이 필요한 종전 부동산은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재무적투자자들을 모아 개발자금을 충당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농어촌공사 옛 본사 부지 역시 국내 굴지의 민간건설사가 참여한 '디케이알 제1차(유)'라는 SPC에 매각됐다. 조주현 교수는 "모든 사옥을 한꺼번에 매각하려고 하는 것은 욕심"이라며 "컨소시엄을 통해 리츠나 펀드가 참여할 수 있도록 조세와 금융 측면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지원은 분기별로 투자설명회를 여는 것과 청사 신축비의 30% 범위 내에서 차입이자의 2%를 지원하는 것이 전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증을 통해 신축비나 부지매입의 완납기간을 연기해주고 매입자 관점의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기존 가격과 매각 시기 등을 너무 고집하지 말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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