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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거지 ‘개인투자자’
입력2003-10-22 00:00:00
수정
2003.10.22 00:00:00
한기석 기자
“지수는 계속 오르고 있지만 돈을 번 개인들은 많지 않습니다. 풍년거지가 더 섧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
정년퇴직 이후 줄곧 주식투자를 낙으로 알고 살아온 한 모씨(72ㆍ경기도 일산)는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는 것을 보면 속이 끓는다. 지난 3월 삼성전자 주가가 하도 떨어져 보유주식을 모두 처분했는데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며 다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이런 심정은 한 씨 뿐만이 아니다. 최근 증권사 객장은 이상스러울 만큼 조용하다. 종합주가지수가 연일 상승하고 있지만 상담 전화는 물론이고 방문객도 많지 않다. 증권사 영업 직원들마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수가 오르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의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지난 3월 이후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들이면서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고 있지만 개인은 연일 주식을 내다 팔아 먹은 게 거의 없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4월 이후 순매도로 돌아서 지난 21일까지 모두 6조5,518억원 어치를 팔았고 기관도 6월 이후 순매도로 돌아서 5개월 남짓 5조7,350억원 어치를 매도했다.
이로 인해 고객예탁금은 지난 4월18일 11조1,793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6개월째 1조994억원이 이탈, 지난 20일에는 10조79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주식형 수익증권 잔액도 지난 4월14일 12조130억원을 정점으로 6개월째 내리막길을 걸어 지난 20일에는 10조950억원으로 줄었다.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기가 싸늘하게 식은 사례는 쉽게 목격된다. 데이트레이딩(당일매매)이 급감하면서 개인 선호주들은 거래량 감소와 주가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있다. 하이닉스는 지난 7월 중순 1만원에 육박하기도 했지만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다 반등에 나섰으나 아직 주가는 7,000원대에 머물러 있다. 한때 5,000만주를 넘나들던 거래량도 1,000만주대로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개인비중이 높은 높은 코스닥지수의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미미해 개인 투자자들의 박탈감은 더 크다. 코스닥지수는 지난해 말에 비해 7.75% 오르는데 그쳐 종합주가지수의 상승률 24.27%의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한 증시의 추가상승이 쉽지 않고 시중자금의 증시 유입도 요원해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에 주목하고 있는 외국인과 달리 계속된 국내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과 국내 투자자들의 체감지수 양극화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병익 한셋투자자문 운용상무는 이와 관련, “증시가 추가 상승하고 국내 경기도 곧 회복세를 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제부터라도 지수가 조정을 보일 때마다 저점 매수해야 상대적인 박탈감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기석기자 hank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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