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 보면 느끼지만 한국 학생들은 전혀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너무 예의만 발라요. 반면 인도ㆍ중국 학생들은 과감하게 질문을 던집니다. 교수가 하는 말이라도 자기 논리와 맞지 않으면 절대 믿지 말고 도전적으로 의심을 품어야 돼요."
12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20주년을 맞아 서울 세종대에서 진행된 '세계 과학한림원 서울포럼'에 연사로 참석한 이바르 예베르 미국 렌셀러공대 명예교수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 학생들의 문제를 이렇게 꼬집었다.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 지식을 주입하고 답습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결코 안된다는 것. 예베르 교수는 노르웨이 출신으로 초전도체가 갖는 에너지 격차의 존재를 입증한 업적으로 지난 197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과학자다.
아론 치에하노베르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교수도 이 자리에서 예베르 교수의 의견에 적극 동의했다. 그는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의 조절 기작을 최초로 발견ㆍ규명한 공로로 200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치에하노베르 교수는 "한국 학생들은 질문은 안 하고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며 "부모가 가정에서부터 아이들이 개방적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 석학을 유치하기 위해 개방적인 문화와 그들의 자녀를 위한 기반부터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치에하노베르 교수는 "과학은 국제적인 학문이지만 각 나라마다 문화가 달라 이를 융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언어장벽과 학교 등 학자 자녀를 위한 기반이 갖춰지지 않으면 유치하고 싶어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노벨상과 관련한 석학들은 또 한국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개발ㆍ응용ㆍ기초연구 순으로 차근차근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에서 일본 학자들이 백색광 발견으로 수상했듯이 이제 기초연구만큼 응용연구도 중요하게 봐야 한다는 얘기다.
1989년부터 2000년까지 노벨 물리학상 심사위원장을 지냈던 토드 클라손 스웨덴 차머스대 교수는 "일본과 비교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일본은 모방부터 시작해 개발·응용을 거쳐 기초과학으로 갔다"며 "노벨상은 세계 최초 발견만큼 발명도 중요시한다"고 소개했다. 교수는 "이번 노벨 화학상이 초고해상도 형광 현미경 개발자에게 돌아갔듯이 기술 혁신이 새로운 발견을 낳고 새로운 발견이 다시 기술 혁신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연구개발 투자에 대해서는 사람에 투자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라고 당부했다. 치에하노베르 교수는 "이스라엘은 실험장비와 함께 사람의 우수성 자체에 투자한다"며 "사람만 우수하다면 그 사람이 무엇을 연구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클라손 교수는 "아시아 기업도 단기만 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며 "투자처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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