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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수익성 악화… 디플레 올수도
입력2002-10-16 00:00:00
수정
2002.10.16 00:00:00
■ 가격인하 경쟁 확산원가상승불구 제살깎기식 고객유치 경쟁
갈수록 확산되는 가격경쟁 바람으로 기업의 수익성이 다시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 기업들은 저금리 등에 힘입어 사상최대의 수익을 올렸지만 이 같은 수익성 개선이 '반짝 경기'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원유 등 국제 원자재가격과 함께 임금이 큰 폭으로 올라 원가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반면 가격인하 경쟁이 확산돼 수익성은 갈수록 나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런 가격인하 경쟁이 장기화되면 '수익성 저하→투자 및 고용축소→수요감소→가격하락'이 되풀이되면서 디플레가 전개될 것으로 우려되기도 한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가격 및 임금인상 등으로 서비스 부문에서는 인플레 현상이 벌어지는 반면 제조업 부문에서는 경쟁격화에 따른 가격인하로 디플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들어 부동산가격이 상승하고 임금이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르면서 기업의 원가부담은 늘어나고 있다.
올들어 지난 8월까지 제조업 명목임금 상승률은 9.0%로 두자릿수에 바짝 근접했다. 지난해만 해도 명목임금 상승률은 6.3%에 그쳤으나 올들어 상승폭은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 가능성으로 원유 등 국제 원자재가격이 계속 들먹거려 기업의 수익성 악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파이를 키우기 위한 가격인하
일부 부문에서 빚어지는 가격인하 바람은 수익성은 다소 줄어들더라도 채산성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PDP TV. PDP TV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다.
따라서 업체들로서는 가격인하를 통해 시장의 크기를 키울 필요가 있다. 이익은 다소 줄더라도 판매실적이 늘어나면 이익감소분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특히 판매실적이 상당 수준에 달하면 연구개발비나 초기투자비를 충분히 건질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최근 PDP TV 가격을 인하한 것은 판매확대를 염두에 둔 것이나 기본적으로 기술수준이 높아지면서 주요 부품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출혈경쟁은 수익성 악화 초래
PDP TV 가격인하는 기술력 제고의 결과로 그나마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도저히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는 가격에 제품을 팔면서 '옥쇄(玉碎)' 작전에 돌입하는 경우다.
하나로통신은 KT에 맞서 14일부터 월 5,200~7,700원의 시내전화요금 완전정액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요금수준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통신서비스업체의 과당경쟁이 다시 불을 뿜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하나로통신은 올 상반기까지 누적적자만도 6,000억원이 넘는다. 따라서 앞으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권재욱 KGI증권 조사분석팀 차장은 "하나로통신으로서는 설비가 남아도는 탓에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가입자를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평가했다.
이밖에 신용카드ㆍPC업체들도 출혈경쟁에 돌입했다. 신용카드업체 가운데 상당수는 최근 들어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월별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카드업체들은 결제대금 인하 등을 내걸고 고객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공정거래위원회, 지나친 경쟁에 감시의 눈길
가격인하뿐 아니라 경품제공 경쟁도 도를 넘어서고 있다. 신용카드업계에서는 이미 경품행사가 일반화됐다. 백화점 세일기간 동안 자사 카드로 결제하면 상품권을 제공하기도 한다.
롯데 계열의 인터넷 쇼핑몰업체인 롯데닷컴은 지난달 포털사이트 '롯데타운' 오픈 기념으로 용인 죽전의 롯데 낙천대아파트(48평형)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이 아파트의 시가는 2억8,000~3억3,000만원.
이밖에 LGㆍ현대ㆍCJ 등 상당수 홈쇼핑업체들이 과다한 경품을 제공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이들 업체를 대상으로 불공정거래 조사를 마친 후 조만간 제재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정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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