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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방문한 인도네시아의 관문 수카르노하타국제공항. 인천에서 비행기로 7시간이나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지만 현지 공항의 분위기는 전혀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익숙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출국을 앞둔 여행객들이 잰걸음으로 찾아가는 면세장 입구에 바로 'LOTTE DUTY FREE(롯데 듀티 프리)'라는 국내 기업의 간판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공항 출국장 내 면세점 6곳 중 한 곳인 롯데면세점의 면적은 876㎡. 공항에 함께 입점해 있는 플라자발리(1,375㎡)나 DFS(1,031㎡ )에 비해 면적은 좁지만 면세점 내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여행객들의 수는 단연 돋보였다.
가장 늦게 공항 면세장에 입점한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매장 인테리어에 한국에서 쌓은 노하우를 접목해 세련미를 강조했고 동남아시아에서 인기가 높은 라네즈, 설화수 등 국내 브랜드들을 들여와 제품 구성에서도 차별화한 덕분이다. 김태호 롯데면세점 인도네시아 법인장은 "지난 2012년 입점 첫해에 곧바로 플라자발리와 DFS 등 기존 입점업체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며 "집객 효과를 높이기 위해 밝은 조명을 동원해 화려함을 더하고 쇼핑객들의 동선을 치밀하게 고려해 매대를 배치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수카르노하타공항점은 진출 첫 해인 지난 2012년 9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엔 이보다 32%나 늘어난 128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당연히 1위도 2년 연속으로 차지했다. 이처럼 롯데면세점이 후발 주자임에도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자 위기의식을 느낀 기존 업체들은 최근 리뉴얼을 단행했다.
김 법인장은 "매출 뿐만 아니라 글로벌 대기업으로서 직원 복지 같은 부분에도 신경쓰고 있다"며 "직원용 셔틀버스, 휴게실 마련 등의 직원 복지는 서비스 질로 연결돼 고객들의 만족도가 크게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 수카르노하타공항점의 성공은 자카르타 시내 면세점 진출로 이어졌다. 인도네시아 면세점 시장 최초로 지난해 6월 자카르타 시내에 위치한 롯데쇼핑 에비뉴 4·5층에 시내 면세점을 오픈한 것. 또한 한반도의 9배에 달하는 넓은 국토와 2억 3,000만 명의 인구, 1인당 GDP(국내총생산) 3,000 달러로 동남아시아 최대 소비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인도네시아 면세점 시장에서 이룬 성공은 롯데면세점이 주력하고 있는 글로벌 영토 확장 전략에도 힘을 실어줬다. 롯데면세점은 오는 4월 괌 공항에 면세점을 추가 오픈하고 괌이나 인도네시아 발리 시내에 또다른 면세점을 열기 위해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괌 공항 면세점의 경우 사업권을 획득한 10년간 1조원 가량의 누적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괌 공항 면세점이 안정되면 시내 면세점 개설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앞으로 글로벌 면세점 시장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호주·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면세점 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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