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증권사 26곳 주관사 제안서 제출
은행업종 약세에 따른 헐값 매각 논란 등 부담
삼성생명 이후 최대어로 꼽히는 산은금융지주의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증권사들간의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산은금융의 공모 물량은 1조7,000억~2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증권사들로서는 수수료 수입과 IPO자문 실적 면에서 놓쳐서는 안되는 중요한 딜이다.
산은금융지주는 23일 기업공개(IPO) 매각자문사 선정을 위한 제안서를 접수한 결과 국내외 26개 증권사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산은금융은 24일 1차 서류 심사를 마치고 15개 협상적격자(숏 리스트)를 선정해 27~28일 양일간 설명회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다음달 5일, 주관사 본계약 체결은 내달 12일로 예정돼 있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투자은행(IB)과 은행계열 증권사 등을 합쳐 3~6곳을 최종 선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관사 선정 이후 예비심사청구, 증권신고서 제출, 수요예측, 공모 등의 절차를 거치는데 7~8개월 가량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10월중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금융 관계자는 “컨소시엄 형태의 입찰을 받지 않았고 지난해 9월말 자기자본 2,000억원 이상인 곳으로 접수 대상을 한정했다”며 “자격요건을 충족한 거의 모든 대형 증권사와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입찰에 참여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산은지주 IPO 주관사 타이틀을 두고 증권사들이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공모규모만 2조원 안팎에 달하는 메가딜로 짭짤한 수수료 수익이 기대되는데다 산은지주가 갖는 금융시장에서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주관사 타이틀을 갖는 것만으로도 IB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모규모가 조단위에 이르는 삼성생명, 대한생명, 현대오일뱅크 IPO 자문 수수료가 0.5~1.5%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수수료 수익만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셈이다. 또 IB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최근 금융 감독 당국이 발행사에 리그테이블 등 객관적지표를 토대로 주관사를 선정하도록 권고하면서 증권사들로서는 대어급 물량에 목이 마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관사 선정 배점 기준은 제안서를 토대로 재무건전성ㆍIPO실적 등 기술평가가 80%, 수수료 등 입찰 가격이 20%다. 공모가에서 큰 차이가 없으면 실질적으로 수수료를 적게 쓴 증권사가 최종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생명(4조8,887억원) 이후 최대어로 꼽히는 산은금융지주의 IPO 주관사 선정 작업이 자칫 증권사간 수수료 경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대형 증권사 IB담당 임원은 “산은금융지주 IPO 주관사에 포함이 되느냐 여부에 따라 올해 주식자본시장 리그테이블 순위가 좌우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글로벌 시장에서 산은지주가 갖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딜로 꼽힌다”며 “현대오일뱅크 주관사 선정 당시와 같은 출혈경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산은금융에서 예상하는 시가총액 규모는 18조~20조원 안팎의 수준이다.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 밝힌대로 신주발행 없이 구주매출 형식으로만 10%의 지분을 매각한다면 공모물량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적용시 1조8,000억~2조원대에 이르고 매출 물량을 30%까지 늘린다면 5조원 규모로 커질 수도 있다. 현재는 정책금융공사가 90.26%, 정부가 9.7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은행 업종 밸류에이션이 PBR 1배 미만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산은금융의 IPO 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부가보다 낮은 수준에 공모가가 산정될 경우 헐값 매각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은금융의 장부가가치가 18조원 가량임을 고려하면 주당순자산가치는 4만~5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시중은행 PBR(0.6~0.8배)를 적용하면 예상 주가는 3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