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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자’ 출현과 유통산업
입력2003-02-28 00:00:00
수정
2003.02.28 00:00:00
광고는 시대를 반보 정도 앞서가는 미래형 키워드이다. 요즘처럼 디지털화 하고 있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최근 국내 TV광고에 생활자(生活者)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이를 보면 우리 사회가 `생활자`라는 개념을 인정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생활자는 소비자(消費者)에 대체되는 용어다. `생산자`의 반대 개념으로 사용되던 `소비자`의 진화형 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고령화, 소수 자녀화, 남녀 동등의 고용 문제, 지구 환경 문제, 정보화의 진전 등 각종 생활 속 상황에 대응해 자신의 삶을 설계하면서 필요한 가치를 추구하는 인간형을 말한다.
시대는 이들 생활자를 무대 위로 올리려고 하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이러한 조짐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유통 분야는 이미 오래 전부터 생활자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규격화한 상품, 차별화한 서비스에 대한 욕구, 식품의 선도와 안심에 대한 니즈, 가격보다는 가치에 중점을 두는 구매 성향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생활자의 출현은 유통시장 개방과 할인점으로부터 시작된 신업태의 등장에 따라 이루어졌다. 백화점, 재래 시장과의 상대적 비교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화점은 한층 더 가치를 높여가며 성숙해진 생활자와 조우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고 있고, 재래시장은 현대화 및 전문 특화시장이라는 생존 방법을 채택하게 되었다.
한편, IT혁명은 디지털 생활자를 양산 할 것으로 보인다.
유비쿼터스(ubiquitous, `모든 곳에 있다`라는 뜻으로 다양한 정보망을 통해 필요한 정보는 언제 어디서든 간단하고 안전하게 손에 넣을 수 있음을 의미) 환경에 맞는 신유통 형태가 다수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은 디지털 생활자에 대응하기 위한 초기 단계이다.
하나의 전송매체에 여러 개의 데이터 채널을 제공하는 브로드 밴드 사회를 맞아 통신과 방송, 유통을 복합 시킨 커뮤니티형 유통 복합 채널이 생성될 충분조건이 성숙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의 디지털 생활자에 대한 대응이 주목된다.
생활자 출현은 제조분야에도 영향을 주는데 제조분야에서는 생활자에 대응하기 위한 마케팅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상품을 만들어 놓고 프로모션을 하던 종래의 프로덕트 아웃(Product Out)형 마케팅에서 미리 이들의 니즈를 찾아 대응하고자 하는 `마켓 인(Market In)`전략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전자수첩에서 진보한 영어 학습기나 카메라 내장형 휴대폰, 가정용 애완견의 감정을 읽어내는 상품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생활자의 등장은 제조, 유통 기업뿐만 아니라 정책상의 변화도 요구하고 있다.
국내 유통정책은 시대별로 크게 다섯 가지의 키워드를 갖고 있다.
60년대 유통 근대화 필요성의 인식, 70년대 구조 개선, 80년대 근대화 촉진, 90년대의 합리화를 거쳐 2000년대 국제화가 그것이다.
60년대 시장의 화재가 자주 발생하자 정부는 유통 근대화의 필요성을 인식해서 시장법 체제를 출범시켰다. 당시 도매시장이 활성화됐고 직영체제로 전환한 백화점을 중심으로 정찰제가 적극 추진됐다.
오일쇼크의 충격으로 물가 안정이 최대의 관심사였던 70년대는 물가 안정과 공정 거래를 위한 유통 구조개선 모델로 체인스토어 및 근대화 연쇄점을 장려했다. 체인스토어는 유통 경로를 단축하여 물가를 안정시키고, 공정 거래를 장려할 해결책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80년대에는 유통산업 근대화 촉진법 제정(80)을 통해 유통산업을 별개의 산업으로 자리매김시켰고 유통산업의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도소매업 진흥법을 제정했다.
90년대는 도소매업 진흥법의 지속적인 보완과 유통산업발전법 제정(97년)을 통해 시장 개방과 국제화 환경에 대비했다. 물류시설, 인프라, 유통정보 시스템을 정비해 유통 산업의 진정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 것 이다.
이러한 흐름으로 볼 때 국내 유통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비자 변화에 맞게 시기적절하고 체계적으로 추진되었다고 평가된다.
2000년대 이제는 생활자의 시대다. 동 시점에서 간과해서 안 될 것은 시대적 흐름만을 따르다 보면 정책이 미봉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90년, 91년, 93년의 `도소매업 진흥법` 개정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유통 정책도 `프로덕트 아웃` 관점에서 `마켓 인`의 관점으로 변해야 한다.
생활자의 가치라는 현실적인 필요와 편익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유통 정책의 목표와 관련해서 과거 프랑스나 일본과 같은 규제에 의해 지역 생활자가 효율적 유통 시스템의 혜택으로부터 배제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생활자의 편익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유통구조를 선진적이고 개방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김인호(현대유통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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