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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공포 현실로… 국내서 이통사 차세대 장비 잇단 수주

저가공세로 사업 따낸 뒤 재계약 땐 가격 20% 올려 중소 경쟁사 속수무책

탄탄한 기술력 앞세워 국가재난망까지 넘봐… 네트워크 산업 中종속 우려



최근 국내 통신장비 업계에서 중국 1위 IT 기업인 화웨이의 공포가 현실화 되고 있다. 세계 네트워크 장비 1위 업체인 화웨이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잇따라 국내 통신업체들의 유·무선 네트워크 장비 공급을 수주하며 세를 불려 나가고 있어 우리나라 네트워크 산업이 중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25일 네트워크 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들어 화웨이가 이통사가 실시한 차세대 기간망 장비를 잇따라 수주하고 있다"며 "덧붙여 진출 초기에 싼 값에 수주한 뒤 최근에는 가격을 크게 올리는 등 네트워크 생태계 마저 교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웨이. 잇단 네트워크 수주 =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말 네트워크 단위 최상위 레벨 장비인 광전송네트워크(OTN) 공급 업체로 화웨이를 선정하고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OTN 장비는 유선 백본 네트워크의 최상위 단계에 도입되는 장비로, 네트워크의 핵심을 중국산 장비가 처음으로 차지하게 된 것이다.

화웨이는 사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업자들의 기간망 장비에 상당 부분을 이미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유선 네트워크 기간망 뿐만 아니라 이용자에게 직접 향하는 FTTH(Fiber-To-The-Home·댁내광전송)을 비롯해 RoadM, PON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실제로 SK텔레콤도 조만간 화웨이와 시에나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서에 서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KT도 올해 안에 차세대 기간망 사업을 발주할 것으로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KT 사업 역시 화웨이가 수주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KT의 경우 현재 백본망 장비인 재설정식광분기(RoADM)에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다. RoADM은 발전단계상 OTN 직전 장비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화웨이는 LG유플러스의 2.6㎓ LTE 기지국 장비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몇 십 테라바이트 용량을 갖춘 기간망은 통신사업자가 네트워크 신호를 발생하는 원천 시스템"이라며 "다른 제조사의 분배망(에지, 백본 아래 중간 레벨) 장비와 호환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효율성을 고려하면 분배망 장비도 결국 기간망 공급사 제품인 화웨이로 교체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출 초기 저가, 지금은 가격 올려 생태계 교란 = 화웨이는 현재 국내 정보통신기술(ICT)생태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에 오르고 있다. 이는 화웨이가 가격 후려치기를 통해 경쟁사를 따돌려 왔기 때문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이런 탓에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 경쟁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진출 초기 경쟁사 대비 30~40%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진입했던 화웨이가 최근 장비 가격을 경쟁사 대비 10~20% 수준으로 올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진출 초기에 저가 매력에 화웨이를 선택 했는 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화웨이가 장비 보수 재계약 과정에서 이런저런 명목으로 장비 가격을 올리고 심지어 처음 계약에는 없는 각종 서비스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화웨이의 보안성 문제가 관련된 논란이 진행형인데 우리 정부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대목이다.

미국과 영국, 호주, 대만 등 일부 국가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화웨이 장비 도입을 막을 정도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도 2012년 보고서에서 화웨이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업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화웨이, 국가재난망 사업 참여 추진 = 화웨이는 더 나아가 재난망 운영 경험과 세계적 수준인 기술력을 강조하며 국가 재난망 진출 의사도 밝힌 상태다. 화웨이는 조만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재난망 참여와 관련한 정당성을 확보할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장비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재난망이 정부 사업인 만큼 가격도 사업자 선정을 위한 중요한 변수"라며 "국내 업체가 기지국 100개를 깔면 화웨이는 같은 돈으로 120개를 깐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화웨이가 저가로 밀고 들어올 경우 힘든 경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최근 화웨이가 추진 중인 국내 연구개발(R&D)센터 건설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인력을 노린 투자로 이미 동남아 곳곳에서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실제 화웨이는 특정 국가에 R&D 센터를 지은 후 필요 분야 인재를 적극 스카우트해 관련 기술을 획득한다.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하면 해당 부서를 해체하고 소속 인원은 다른 부서로 돌리거나 정리한 사례를 보였다.

네트워크산업협회 한 관계자는 "화웨이는 한국의 경우 작은 시장 규모 때문에 수익 측면에서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며 "오히려 고도화된 국내 네트워크 환경에서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고 시장진입 후에는 일정 기간 저가 공세로 현지 제조사를 궤멸시킨 뒤, 시장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런 폐해는 화웨이가 앞서 진출한 동남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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