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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새수익원 찾자] <4> M&A시장을 잡아라

외국계 투자銀 자문시장 90% 싹쓸이 '국내銀 아직 걸음마 단계'<br>국내社기술·정보 부족에 골드만삭스·UBS證 등 굵직굵직한 건은 도맡아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시중은행들의 새로운 황금어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국내 M&A 자문업무(주간사) 시장에는 국내 은행들이 없다. 외국계 투자은행이 M&A 자문시장의 90% 가까이를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나 리먼브러더스와 미국계 투자은행들이 굵직굵직한 M&A건의 주간사를 맡아 챙겨가는 수수료만 해도 연 평균 천억원대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세계 M&A 거래 자문에서 수위를 다투고 있는 골드만삭스의 경우 그 동안 국내에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 LG화학과 호남석유화학의 현대석유화학 인수 등 굵직굵직한 국내 기업들의 M&A 주간사 업무를 휩쓸었다. 외국계의 국내 M&A시장 독식현상은 올 상반기에도 지속됐다. 블룸버그가 올 상반기 국내 M&A 주간사 실적을 집계한 결과 UBS증권이 65억8,528만달러 규모의 거래를 중개, 1위를 차지했다. UBS증권은 상반기 최대 규모의 거래인 진로(33억5,795만달러)와 제일은행(32억2,733만달러) 인수를 주선했다. 모건스탠리는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ㆍ대투증권ㆍ두루넷 등의 M&A 주간사를 맡아 55억6,163만달러의 실적을 올리며 2위에 올랐다. 이어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증권이 각각 36억8,405만달러, 36억4,815만달러로 뒤를 이었다. 반면 국내 금융회사로는 삼성증권(4억2,847만달러)과 삼정회계법인(2억8,007만달러)이 9~10위에 겨우 턱걸이했다. 국내 은행들은 이자수익의 감소에 따른 수익원 다각화의 대표적인 전략으로 투자금융(IB) 업무를 내세우고 있다. IB는 M&A와 투자자문, 부동산투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업 부채구조조정 등을 주선해 기업매각에 따른 차익과 컨설팅 수수료 등을 벌어들이는 광범위한 사업이다. 따라서 막대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은행들의 대표적인 신사업 분야로 꼽히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평균 60~100여명의 IB사업단을 구성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노력도 그 일환이다. 그러나 아직 실적은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IB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은행 전체 영업수익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 모건스탠리ㆍ골드만삭스 등 유수의 투자은행들이 은행 전체 영업이익의 40% 이상을 투자은행 업무에서 올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IB의 꽃이라고 할 M&A 업무에서는 국내 은행들은 걸음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홍대희 우리은행 IB사업단장은 “외국계가 독식하고 있는 M&A시장의 높은 성장성을 고려, 자문계약 유치를 위해 뛰고 있지만 국내 은행들은 M&A 자문 분야의 경쟁력이 약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M&A 거래는 고도의 기술과 정보력을 필요로 한다. 또 큰 거래일수록 최대한 성공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따라서 다양한 인수자를 찾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 네트워크를 동원하는 것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국내 은행들은 선진 투자은행들에 비해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부족하기 때문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거래를 많이 중개해본 경험이 없으니 노하우가 쌓일 겨를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M&A시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아직까지 M&A시장은 외국계의 텃밭이지만 국민ㆍ우리ㆍ산업 등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M&A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투자와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그 동안 국내 기업의 매각이 주로 해외로 이뤄졌지만 이제 국내에도 사모투자펀드(PEF) 등 큰손이 존재하는데다 국내 은행들이 국내기업에 대한 정보에는 밝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올 상반기 국내 M&A시장의 최대 거래라고 불리는 진로 매각건에 있어 외국계인 UBS증권과 함께 자문역으로 참여, 하이트맥주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진로를 최종 인수하는 과정까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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