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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은행법안 위헌소지"
입력2001-12-17 00:00:00
수정
2001.12.17 00:00:00
은행법, 대주주 의결권제한 형평성 어긋증권법, 강제조사권 기본권침해 가능성
정부가 제출한 은행법과 증권거래법 개정안ㆍ예금보험기금채권 국가보증동의안 등 핵심 금융법안들이 국회심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은행소유구조를 변경하는 은행법과 금융감독위원회에 준사법적 조사권을 부여하는 증권거래법 개정안, 내년 만기 도래하는 예보채를 차환 발행하기 위한 예보채 국가보증동의안을 상정, 본격심의에 착수했다.
그러나 김문희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전문위원은 이날 이들 3개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를 통해 총론적으로 정부의 법안제출에 대한 타당성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항목에 있어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김 위원이 검토보고에서 제기한 법안별 쟁점 내용이다.
◆ 은행법 개정안
개정안이 은행에 대한 동일인의 주식보유 한도를 현행 4%에서 10%로 상향조정하되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의 경우 4% 초과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형평성에 위배되고 헌법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
의결권 제한은 현행 상법과 증권거래법에 입법예가 있지만 상법과 증권거래법은 이 개정안과는 달리 모든 동일인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데다 감사선임 등의 경우에 이해관계가 있는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이 개정안과는 성격과 목적이 다르다.
이에 따라 산업자본에 대해 은행주식 보유한도를 현행 4%를 유지하거나 다른 동일인과 마찬가지로 의결권 제한규정 없이 10%로 상향조정 할 필요가 있다.
개정안은 또 비금융업 자산비중 25% 이상, 산업부문 자산합계 2조원 이상인 그룹 또는 기업을 산업자본으로 규정, 금융자본과 구별하고 있으나 현재 30대 기업집단 중 이 기준에 의해 금융주력자로 분류될 수 있는 그룹은 전무하고 앞으로 예상되는 금융주력자는 대신ㆍ교보ㆍ동원ㆍ동양 등 4개 그룹에 불과해 실익이 없기 때문에 자본비중 지표로만 기준을 단순화, 명확히 해야 한다.
산업자본이 2년 이내에 금융자본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하고 금감위가 이를 승인하면 그 때부터 4% 초과 보유분의 의결권을 허용하도록 한 개정안의 전환 계획제도도 문제가 있다.
즉 개정안이 제시하는 전환계획이라는 예외적인 제도를 통해 산업자본에 대한 의결권제한 원칙을 파기하고 있으며 전환계획을 제출ㆍ승인 받지 않은 다른 산업자본과 비교할 때 일종의 특혜부여 등의 우려가 있다.
특히 산업자본이 2년 내에 금융자본으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우며 산업자본 개념상 경쟁력 있는 우수기업이 아닌 2ㆍ3류 기업이 은행을 지배하는 결과를 초래, 책임경영에 저해요소가 되고 은행부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금감위는 비금융주력자의 이행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 그 결과를 공시 하도록 해 이행상황을 투명하게 점검하도록 하고 비금융주력자의 전환계획 이행기간을 2년에서 3년 이내로 연장해야 한다.
◆ 증권거래법 개정안
개정안은 증시에서 주가조작ㆍ분식회계ㆍ허위공시 등 불공정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금감위에 준사법적 강제조사권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으나 강제조사권의 신규부여 없이도 기존의 법 조항을 통한 조사가 가능하며 기본권 침해 가능성도 높다.
현재도 금감위 요구자료를 제출하지않거나 조사요구 불응 때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는데다 금감위에 심문ㆍ압수ㆍ수색권을 부여하는 것은 수사기관 고유권한을 비수사기관에 과도하게 확대해 권한남용과 기본권침해 위험성이 가중될 수 있다.
불공정거래행위의 근절은 강제조사권 부여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사전감독과 사후의 엄중한 처벌을 통해 시장감시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개정안이 증권거래소와 증권업협회에 이상매매혐의 심리권 및 회원감리권을 부여하는 문제도 거래소와 증권업협회의 자율규제기관으로의 성격상 법률에 규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며 자체 규정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 예보채 국가보증동의안
동의안은 예보채 발행을 통해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율이 낮아 내년부터 도래하는 예보채 원리금 상환이 어렵기 때문에 우선 내년 만기 도래하는 4조5,008억원 규모의 예보채(만기 3~7년짜리)를 만기 20년 이내 채권으로 차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보채의 만기구조를 장기로 가져가는 것은 공적자금의 최소비용 원칙에 어긋난다.
현재의 만기구조와 비교할 때 추가비용이 들어가 국민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예보채를 장기만기 채로 차환한다면 원리금 상환부담이 예보채 발행보다 국채발행이 더 효과적이다.
예보채와 국고채의 발행금리 스프레드가 약 50~60bp임을 고려할 때 연간 5조원의 예보채 만기 도래액을 국채로 전환할 경우 250억~300억원의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내년 만기 도래하는 예보채는 지난 98년 9월2일과 99년 8월12일 국회동의를 거쳐 발행됐고 당시 동의안에서는 채권원리금 상환을 예보기금 수입 등으로 충당하도록 돼 있으나 이번 동의안은 당초 동의내용과 부합되지 않은 차환발행을 통해 충당하는 것인 만큼 이 동의안 처리에 앞서 예보채 발행 목적인 금융구조조정의 성과와 예보채 발행을 통해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율 저조 등에 대한 사후 점검ㆍ확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구동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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