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최고의 파워맨’ 차승재는 영화계를 떠날 것인가. 차승재 싸이더스 대표가 지난 12일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하면서 영화계 안팎에 차 대표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차 대표는 지난 12일 싸이더스 보유 보유주식 150만2942주 가운데 150만주를 무한 8호 기업구조조정조합에 매도했다고 금융감독원에 매각사실을 공시했다. 일단 차 대표는 이번 매각은 영화사업과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차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매각이 구조조정회사 이름으로 진행됐지만, 실제로 인수하는 것은 게임하는 친구들“이라며 “자금압박 때문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식 매각이 싸이더스의 게임사업 정리일 뿐 영화 부진에 따른 게 아니라는 것이다. 싸이더스는 지난해 보안사업 부분을 분리한 뒤 온라인게임 사업에 역점을 둬 왔다. 하지만 차 대표의 이런 말과는 달리 영화계에선 이번 매각이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싸이더스 영화의 흥행 실패에 대한 책임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2년여간 ‘역도산’ ‘남극일기’ 등 대작들이 연달아 흥행에 참패한데다 최근 7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국경의 남쪽’까지 실패해 차 대표가 응분의 책임을 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충무로에선 지난해부터 싸이더스의 자금압박설이 끊이지 않고 흘러 나왔다. 이런 관측은 지분 매각으로 인해 차 대표와 싸이더스FNH간의 지분관계까지도 완전히 정리됐다는 점에서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현재 ㈜싸이더스 영화 계열사 싸이더스 FNH의 대주주는 KT(지분 51%). 차 대표는 ㈜싸이더스의 34.7% 몫으로 경영권을 행사해 왔다. 그런데 차 대표가 ㈜싸이더스의 주식 전량을 매각하면서 싸이더스FNH의 지분관계까지 자동적으로 정리됐다. 이번 매각으로 차 대표는 단 1%의 싸이더스 계열의 주식도 소유하지 않게 됐다. 일각에선 싸이더스FNH의 최대주주인 KT가 차 대표에게 모종의 압박을 가했다는 관측도 흘러 나오고 있다. 영화의 잇따른 흥행실패에 대해 KT측에서 책임추궁이 있었고 이에 대해 차 대표가 결별을 선언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매각 공시가 있었던 12일 차 대표가 KT측과 모종의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이 이러한 설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차 대표가 여전히 싸이더스FNH의 공동대표직을 유지하는 데다 지난해 외부자본으로 들어온 KT가 영화계 정서를 감안할 때 충무로 최고의 파워맨인 차 대표를 쉽게 내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번 매각으로 차 대표의 입지엔 어떤 식으로든 분명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그에 따른 파장은 영화계 전반에까지 미칠 수 있어 충무로의 대대적인 지각변동까지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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