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을유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올해 1월1일 ‘새벽을 깨우는 닭처럼 부지런하게 살자’고 결심했던 독자분들이 많으셨을 텐데 소망은 이루셨는지요. 가만히 올 한해를 되짚어보니 유통업계는 그야말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국민의 건강을 위협했던 ‘먹거리 파동’에서부터 최근 소비심리 회복세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정신 없는 한해를 보냈습니다. #올해 유통업계의 톱뉴스는 단연 ‘김치파동’을 비롯한 ‘먹거리 파동’이겠죠. 싼 것 외에는 장점이 없는 저질 중국산 농수산물들이 한국인의 식탁을 점령하면서 불거진 문제들이었습니다. ‘먹거리 파동’은 비록 국민들에게 큰 근심거리를 주긴 했지만, 허술하기 짝이 없는 정부의 식품안전관리체제의 문제점을 짚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됐고, 먹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안전의식을 한층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올 초부터 납이 들어간 중국산 게, 발암물질이 함유된 중국산 장어, 유해물질이 다량 함유된 찐살에 이르기까지 연이어 식품안전사건이 터졌습니다. 여기에 ‘기생충 알 김치’는 올해 ‘먹거리 파동’의 백미였습니다. 중국산 김치는 물론, 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발견되자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죠. 식당에서는 김치가 들어간 메뉴는 매출이 뚝 떨어졌고, 시중에서 판매되던 김치들은 일제히 종적을 감췄습니다. 특히 ‘김치파동’이 김장철까지 이어지면서 직접 담가먹으려는 가정이 늘어나 배추값이 천정부지로 뛰었고, 유통업체들은 때아닌 ‘배추전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연말인데 폭탄주 많이 드시죠? 올해의 또 다른 이슈는 바로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합쳐져 ‘소맥폭탄주’를 만들게 된 사건입니다. ‘서민의 술’로 꾸준한 사랑을 받던 진로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았습니다. 8년의 시간이 흐른 지난 7월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함으로써 올해 유통업계 최대의 인수합병(M&A) 이슈는 막을 내렸습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죠. 97년 당시 진로의 부실채권을 2,740억원에 인수한 골드만삭스가 무려 1조원이 넘는 차익을 남긴 것이 알려지면서 국부유출 논란이 일었고, 오비맥주와 지방소주사들은 주류시장의 독과점문제를 제기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탄원서를 내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양사의 기업결합은 성공했고 이제 주류시장의 ‘공룡’으로서 새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하이트 윤종웅 사장과 진로 하진홍 사장이 기자들과 송년회에 나란히 나타나 “이제 해외시장에 진출하자”며 진로소주와 하이트맥주로 만든 폭탄주로 ‘러브샷’을 하셨다죠. 수 십년 동안 국민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던 진로. 내년에는 하이트 맥주와 함께 ‘파이팅’ 바랍니다. #올해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는 손쉽게 아웃도어 상품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7월1일부터 300∼999인 사업장까지 주40시간 근로제가 확대 적용되면서 주5일 근무가 새로운 유통 및 소비아이콘으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주5일 근무 확대는 유통업계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왔습니다. 금요일 저녁부터 유통업계의 주말특수가 시작되면서 각 업체들은 예전보다 하루빨리 상품전시, 마케팅활동을 벌여야 했습니다. 또한 주말을 즐기기 위해 다양한 레저ㆍ스포츠용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관련 상품군은 다양해졌고, 판매도 대폭 증가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주말을 이용해 즐기려는 취미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여서 내년에는 유통매장에 과연 어떤 상품들이 등장할지 주목됩니다. #올해 인터넷쇼핑몰의 성장세는 단연 ‘군계일학’이었습니다. 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올해 인터넷쇼핑몰 시장은 10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무려 27%나 성장했습니다. 특히 옥션 독주체제였던 오픈마켓플레이스(다수의 판매자와 다수의 소비자가 자유롭게 참여하는 온라인장터) 시장에 가수 이효리씨를 앞세운 G마켓이 합세해 성장을 견인했습니다. 이는 대기업들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되어 올해 GS홈쇼핑이 ‘GS이스토어’란 이름으로 같은 시장에 진출했고, 내년에는 H몰 등도 뛰어들 태세입니다. 이제 좋은 물건을 사기위해서 ‘발품’을 팔던 시대는 가고 ‘손품’을 파는 시대가 오는 것 같습니다. #연말에 모처럼 기쁜 소식이 들려와 내년을 맞는 마음이 설레기만 합니다. 내년에는 내수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기미가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백화점, 할인점, 홈쇼핑, 인터넷쇼핑몰 등 주요 유통업체들은 대부분 좋은 실적을 냈습니다. 특히 백화점들의 상품권 판매는 3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고, 2년간 내리 내리막길을 걸었던 홈쇼핑업계도 4분기 이후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등 내수경기 상승세가 점차 탄력을 받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역별로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한파만 몰아치던 재래시장에도 따뜻한 훈풍이 솔솔 불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연말특수를 타고 상승세를 보이는 내수경기가 새해까지 이어져 모두가 행복한 병술년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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