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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코리아, 새로운 성장모델을 찾아서] 1부: 4만달러 시대, 블루 프린트 짜자 <3> 변곡점에 선 복지정책

'스노볼 효과'로 나라살림 거덜… 저부담·고복지 환상깨야

세금 안걷히는데 무상복지 예산 3년간 120% 급증

쌓이는 빚 고스란히 젊은층 부담… 세대갈등 우려

포퓰리즘 도그마 벗어나 공약가계부 등 재점검을

시민단체 주최로 지난달 초 열린 ''복지 구조조정 무엇을 어떻게 하나'' 토론회에서 한 참석자가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별적 복지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내용의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보편적 복지의 늪에 빠졌다. 저성장 구조로 3년 연속 세수펑크가 나는 등 세금은 잘 안 걷히는데 대통령의 복지공약을 지키기 위해 국가채무를 늘리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복지는 한번 늘리면 눈덩이처럼 계속 불어나는 '스노볼 효과'로 인해 되돌리기 어려운 속성을 지녔다. 이에 나라 살림이 임계점에 이르기 전에 현 정부의 공약가계부를 재점검하고 복지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복지정책의 근간을 만든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정치권은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을 극복하고 생산적인 복지 담론을 만들어나가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나온 무리한 복지경쟁이 지금의 결과를 초래했다"며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무책임한 정치풍토가 계속되면 결국 빚을 미래세대인 젊은 층에 떠넘겨 세대갈등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저성장에 돈 안 걷히는데 복지비용은 눈덩이=나라 곳간은 비었는데 복지지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예산 375조4,000억원 가운데 복지 부문(보건·복지·고용) 예산은 115조7,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보다 19조6,000억원이 늘었는데 절반가량인 9조2,000억원이 복지 부문 예산이다. 전체 예산에서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돌파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복지예산이 경직성 경비인데다 소득 수준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제공되는 무상복지 혜택이 늘어난 탓이다. 무상보육, 무상급식, 기초연금(노령연금) 등 3대 무상복지 예산은 지난 2011년 9조8,852억원에서 지난해 21조8,110억원으로 급증했다. 3년 동안 무려 120% 급증한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3대 무상복지 예산이 오는 2017년에 29조8,37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나라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2012년부터 3년 연속 잠재성장률을 밑돌면서 세수 역시 3년 연속 펑크가 났다. 올해 역시 저성장과 세수펑크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세돈 숙대 경제학부 교수는 "낙관적 경제전망에 세수부족은 필연적"이라며 "세금이 걷히는 것에 비해 복지규모가 과다하다"고 지적했다.

◇공약가계부부터 원점에서 다시 써라=현재의 복지구조는 정부가 2013년에 마련한 공약가계부에서 비롯됐다. 공약가계부는 박근혜 정부의 5년간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원 계획이다. 세입확충과 세출절감을 통해 총 134조8,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고 경제부흥(33조9,000억원), 국민행복(79조3,000억원), 문화융성(6조7,000억원), 평화통일기반 구축(17조6,000억원) 등 4개 분야에 재정을 지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전문가들은 공약가계부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경제부흥에 포함된 주거안정대책(11조6,000억원)과 교육비 부담 경감(8조7,000억원) 방안은 사실상 복지 분야"라며 "이를 포함할 경우 복지재원은 5년 동안 100조원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공약가계부상 재정지출의 무려 74%가 복지지출이라는 얘기다. 더구나 누리과정과 저소득층 대학 등록금 지원 등은 이미 지난 2년 동안 5년간 써야 할 재정의 90%에 가까운 돈을 지출했다. 정부가 공약가계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다시 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잠재성장률이 2%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과거처럼 고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성장을 통해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무책임한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김원식 한국재정학회장은 "적자재정을 통해 투자와 성장을 이끌어내던 과거의 공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며 "성장정책을 지속적으로 추구해도 그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원부족 현실 인정하고 증세 논의 시작해야=지속 가능한 복지 시스템을 만들려면 안정적인 재원조달이 필수다. 하지만 '증세 없는 복지'라는 도그마에 갇혀 증세 없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복지지출을 감당하려다 보니 재정적자라는 필연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마른 수건을 짜는 것으로는 재원조달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만큼 현실을 인정하고 바람직한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소득세는 연말정산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조세저항이 거세고 법인세는 기업 경영에 부작용이 큰 것에 비해 실제 효과가 작다는 점에서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를 인상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가세의 경우 1997년 도입 이후 아직까지 10%의 단일세율을 유지하고 있고 선진국들과 격차가 크다. 다만 부가세 역시 정치 프레임으로 보면 서민증세라는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김 회장은 "선진국들도 복지를 늘릴 때 부가세를 인상하는 방안을 선택했다"며 "부가세를 올리되 인상분을 복지에 사용하는 등의 목적세 개념을 도입하면 반발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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