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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모아 다시뛰자] 노사관계 기상도 올해도 `흐림`
입력2004-01-04 00:00:00
수정
2004.01.04 00:00:00
전용호 기자
"올해 사업장에서 벌이는 임단협에서 주 5일제 도입으로 인해 노사관계가 오히려 악화됐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주 5일 근무제 도입 등으로 얘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대비해야 한다"
권기홍 노동부 장관은 지난 2일 노동부 시무식에서 직원들에게 이같이 말하면서 올해 노사관계가 결코 녹록치 않을 것임을 밝혔다. 갈등과 대립의 노사관계가 올해에도 계속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올해 노사관계 기상이 여전히`흐림`으로 예보되는 것은 ▲주 5일제 도입 ▲총선 ▲노사관계 로드맵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문제 ▲손배가압류 등 굵직굵직한 사안을 두고 노사가 첨예한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달 중순에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강경 투쟁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민주노총이 누구를 위원장으로 뽑느냐에 따라 노동계의 지형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명의 후보가 나선 이번 선거에서 유덕상(현 부위원장) 후보는 단병호 현 위원장과 비슷한 노선으로 지금 같은 강경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수호 (전 전교조 위원장)후보는 대화와 협상을 중심으로 한 온건 투쟁을 주장하고 있다. 두 후보간 성향의 차이를 극명하게 나타내는 부분은 노사정위원회 참여여부다.
유 후보는 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기득권에 대한 타협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이 후보는 참여해서 얻을 것은 얻어내야 한다는 대화론 자에 가깝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총이 어떤 지도부를 구성할 지`, 올해 노동운동의 풍향계를 점쳐볼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의 총선 결과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4월 총선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각각 민주노동당과 사회민주당 지원에 주력할 예정이어서 사업장의 본격적인 임단협 협상은 총선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올 임단협에서는 단연 주 5일 근무제가 화두다. 권 노동부장관이 걱정하는 것처럼 노사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 될 것이다. 노동계는 임금과 노동조건이 지금보다 악화되지 않는 상태에서 주 5일제를 실시할 것을 주장하는 반면, 사용자측은 근무일수 감소로 인한 임금보전을 줄이기 위해 월차 휴가 폐지, 생리휴가 무급화 등을 단협에 반영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총선과 주 5일제를 둘러싼 임단협이 노사관계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노동계가 의석을 확보할 경우 노동계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대협약`추진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의 키워드로 삼고 있는 일자리 창출은 노사가 쉽게 타협 점을 찾기 어려운 부분이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한정된 일자리에서 새 일자리를 만들려면 그만큼 노와 사의 희생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사용자측은 임금을 동결 및 삭감하는 등 노동시장을 유연화해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사용자측이 고용해고를 자제하면서 추가적인 양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노동자의 임금 동결이나 삭감을 전제로 하는 일자리 창출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또 지난 해 해결하지 못한 노사관계 로드맵을 두고 정부는 올 상반기까지 논의를 종결할 방침이지만 사안이 워낙 복잡하고 난해해서 노사간 타협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손배가압류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도 난제다. 결국, 올해 노사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노사 못지 않게 중요한 변수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용호 기자 chamgi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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