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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경기 어디로 가나] '최악 불황' D램업계 재편 부른다
입력2001-07-08 00:00:00
수정
2001.07.08 00:00:00
공급과잉→덤핑→가격폭락 악순환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반도체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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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내업체들의 주력상품인 D램 가격이 이미 원가 이하로 폭락, 경영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64메가 제품은 이미 1달러선이 무너진 지 오래다.
아직 범용성을 갖고 있는 64메가가 시장에서 퇴출된 16메가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반도체 경기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대변한다. 128메가도 2달러 선이 깨져 1달러대로 떨어졌다.
5일 현재 아시아시장에서 평균가격은 1.83달러. 이런 추세라면 머지 않아 1달러선도 위험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따라 세계 반도체 업계에 감산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일본업체들이 제일 먼저 감산에 돌입하고 있다. 도시바(東芝)에 이어 히타치(日立)가 일부 반도체공장의 가동중단을 결정했으며 후지쓰(富士通)도 휴대폰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일부공장의 가동을 일시중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업계의 구조조정과 수요회복으로 경기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내년 중반기까지 불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으로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불황으로 D램 업계가 '살아남은 자'를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될 것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반도체, 언제쯤 회복될까
반도체 업계는 당초 3ㆍ4분기에 D램 가격이 회복세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 같은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인텔과 AMD가 경쟁적으로 중앙처리장치(CPU) 가격을 인하하고 있지만 PC 판매는 눈에 띄는 증가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기대했던 인텔의 펜티엄4도 큰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는 등 수요시장은 여전히 '겨울'이다.
하지만 D램 업체들의 공급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주력제품이었던 64메가 D램이 연말을 기점으로 128메가 제품으로 전환되면서 비트 기준으로는 공급이 늘어난 셈이다.
D램 업체들은 램버스D램, 더블데이터레이트(DDR), 256메가 등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급 불균형은 여전하다.
더구나 일부 후발업체들이 재고물량 감축을 위해 현물시장에 덤핑 판매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가격폭락은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격협상 주도권은 D램 업체에서 PC업체로 넘어갔다.
최석포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보수적으로 보면 내년 중반에야 본격적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며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그러나 이제 경기는 바닥에 왔으며 올해 안에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전병서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128메가 제품이 1.5달러에 불과한 상황에서 D램 업체들이 6개월 이상 버티기 힘들다"며 "그 안에 업계의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수급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반도체업계 재편 다가온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D램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D램 가격이 하반기에도 크게 반등하지 않을 경우 후발업체들은 마지막 카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선발업체인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2강 체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후의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강력한 후보자다. 원가경쟁력에서 확실히 앞서 있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절대적이다. 더구나 지난해 6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리며 확보해둔 현금은 경쟁업체의 싸우려는 의지를 꺾기에 충분하다.
마이크론은 미국 업체라는 이유만으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3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90% 이상을 D램에 의존하고 있는 매출구조에도 불구 마이크론을 만만하게 보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하이닉스는 자금에 대한 부담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D램 전쟁에서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계속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지지 않고는 손을 들어야 한다"며 "자금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의 인피니온도 D램에만 치중하고 있어 불리한 입장이며 일본 업체들도 선발업체들과 맞붙을 강자로 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D램 전쟁은 개별 업체간의 경쟁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를 비롯 미국ㆍ독일ㆍ일본ㆍ대만 등 국가간의 산업전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가 우리 국가경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만큼 시장논리를 명분으로 방치할 경우 되돌릴 수 없는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전 연구위원은 "2강체제로 갈 경우 2위와 3위 업체간의 격차는 1~2년 내에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벌어질 수 있다"며 "업계의 재편 과정에서 국내 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을 범국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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