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을 이끄는 김반석 부회장(59)은 ‘스피드(Speed) 경영’으로 대변된다. 그가 LG화학 대표로 부임한 2006년은 고유가와 환율하락 등 최악의 외부변수로 인해 화학업계 전체가 사면초가에 빠졌을 때. 당시 김 부회장은 실적개선을 위한 단기 조치들을 모두 배제해 임직원들과 협력업체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대신 김 부회장이 집중해 손댄 것은 사업의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와 조직문화 변혁 등 ‘근본적’인 부분들이었다. 스피트 경영은 변혁의 근원. 스피드 경영은 전략실행과 조직문화 변혁의 속도를 두 배로 높여 “차별화 된 소재와 솔루션으로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세계적 기업”이라는 비전 달성을 앞당긴다는 경영 철학이다. 덕분에 회사는 2007년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조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 7,63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확실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LG화학은 해외법인 및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1조1,815억원을 달성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하는데 성공했고 올해 1ㆍ4분기도 연결기준 매출 4조140억원, 영업이익 4,012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김 부회장의 스피드 경영은 혼자만의 구상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취임 초기 5개월동안 전사 465팀 1만1,000여명 임직원이 비전회의에 몇 번씩 참가해 내놓은 아이디어와 각종 사내외 설문조사를 통해 만든 경영 기법이다. 최고경영자의 새 비전을 오랜 시간 사내외의 의견을 충분히 받아들여 만든 것은 김 부회장의 ‘듣는 경영’이 빛을 발한 사례로 업계에 통한다. 김 부회장은 요즘 “우리 임직원들의 눈빛이 확실히 달라졌다”면서 “어떠한 일이 닥쳐도 두려움 없이 해결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은 만큼 우리의 비전달성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하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김 부회장 공학도 출신답게 유명한 물리학 공식을 응용해 스피드 경영을 보다 알기 쉽게 설명하곤 한다. ‘E(성과)=M(자원)×C(속도)제곱’, 즉 속도가 두 배면 성과는 4배로 급증하지만 반대로 속도가 2분의 1이 되면 성과는 4분의 1로 약화된다고 내용이다. 또한 김 부회장의 스피드 경영에는 ▦먼저 앞을 보고 준비하자는 ‘먼저(Early)’ ▦빨리 성과를 내기 위해 핵심업무에 집중 고민해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자는 ‘빨리(Fast)’ ▦자주 실행상태를 점검하자는 ‘자주(Real Time)’의 세가지 행동양식이 그 중심이 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근본적인 변화만이 회사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하고 실천하고 있다. 유가와 원재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요즘에도 단기적인 경영 처방보다는 ▦사업 경쟁력 강화 ▦성장동력 확보 ▦성과지향적 연구개발(R&D) ▦고객가치 혁신 ▦조직역량 강화 등 5대 과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LG화학의 한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이런 스피드 경영을 추진하면서 의사결정과 실행의 속도가 빨라지져 각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들이 창출되고 있다”면서 “임직원들 스스로 소중한 성공체험과 함께 자신감을 되찾으면서 어떤 위기도 극복할 수 있는 한계돌파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어느 때보다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어떤 경쟁사와도 겨룰 수 있는 탄탄한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김반석 부회장은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현장 마인드를 지닌 CEO로 통한다. 공장장과 사업부장 등을 거치며 쌓은 현장 경험이 몸 속 깊숙이 배어 있다. 지금도 한 달에 10일 정도는 전국의 사업장과 해외지사를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열심히 듣고 있다. 출장 때는 따로 수행원을 두지 않을 만큼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 김 부회장은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를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걸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래 자기관리에 철저했다.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해 아침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7시 이전에는 반드시 일터에 도착한다. 해외출장을 다녀온 직후 시차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꼭 사무실로 나올 정도. 오랜 기간 단전호흡인 국선도를 통해 얻은 체력과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어울려져 있다는 것이 그를 지켜봐 온 사람들의 공통된 평가다. 김 부회장의 경영철학은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이며 생활철학은 무실역행이다. 좌우명은 '정말 고민하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이다. 김 부회장의 취미는 단전호흡. 건강관리도 단전호흡으로 한다. ▦49년 서울생 ▦76년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97년 LG화학 폴리에틸렌사업부 상무 ▦2001년 LG석유화학 대표 ▦2005년 LG대산유화 대표 ▦2006~현재 LG화학 대표 부회장 ◇경영원칙 ▦차별화된 소재와 솔루션으로 고객과 함께 성장 ▦의사결정과 실행 속도를 두배로 하는 스피드 경영 ▦단기적 처방보다는 근본적 변화를 추진 ▦사내 의견 지속 청취 ▦임직원 여가 및 재충전이 활력의 근원 "충전 잘하도록 제때 퇴근하세요"
"자기 몸 상하면 회사에도 손해" 강조 "제때 퇴근하세요." 김반석 부회장은 과거의 밀어붙이기식 최고경영자(CEO)들과는 달리 "자기 몸이 상하는 것은 바로 회사 자산을 상하게 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한다. 임직원들이 신바람 나는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선도해 강한 팀워크를 만들어야 성과가 나온다는 게 김 부회장의 철학이다. '훌륭한 일터' 만들기는 이런 김 부회장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 중 하나. '훌륭한 일터'란 지난 80년대 미국 로버트 레버링 박사가 제시한 개념으로 직원들이 경영진을 '신뢰'하고,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동료 간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의미한다. 김 부회장은 "좋은 조직문화의 핵심은 자기 일에 가치를 느끼게 하는 것"이라며 "가치를 느껴야만 자부심도 생기고 보람도 느낄 수 있으며 인생의 재미도 생긴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훌륭한 일터 만들기의 일환으로 김 부회장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사원들과의 대화'. 매주 직접 해당 팀을 찾아가 주제에 제한 없이 조그만 회의실에 모여 사원들과 허물없이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김 부회장은 지금까지 100여개팀 1,200여명과 만났다. 대화 내용을 사내 게시판에 올려 전 임직원이 CEO의 생각을 공유토록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임직원들과 마주앉아 신뢰 쌓기에 전념한다는 의지를 밝힌바 있다. 김 부회장이 최근 강조하는 부분은 다름 아닌 퇴근 시간. LG화학이 생산하는 휴대폰 배터리처럼 사람도 일찍 퇴근해서 충전을 잘 해야 다음날 활기차게 일할 수 있다며 제 때 퇴근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회의와 보고 과정에서도 쓸데없는 절차를 없애 스피드를 높이라고 주장한다. 좋은 일은 저절로 알려지니 따로 보고할 필요가 없고 문제가 있을 때만 CEO를 찾아오라고 지침을 내렸으며 회의 자료도 2~3일 전에 미리 나눠주고 의사결정 위주로만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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