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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가깝고 먼 이익
입력1999-01-21 00:00:00
수정
1999.01.21 00:00:00
金仁淑<소설가>새해 첫날에 북한산엘 다녀왔다. 새해 첫날이라는 감상이 내게만 유별난 것은 아닐 터이다. 백운대를 오르는 길은 남녀노소를 불문한 인파들로 거의 인산인해를 이루다시피 하고 있었다. 한해 내내 산이라고는 근처에도 가보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할지라도 새해 첫날만큼은 정상에 올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다 간혹 북한산엘 오를 때마나 『서울이란 데가 참으로 좋은 곳이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나라의 수도에 이처럼 아름답고 웅대한 산이 존재할 것인가. 산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풍경은 온통 빽빽한 집들과 거미줄처럼 얽힌 도로의 흔적으로만 바라보이지만, 그 삭막함을 그런대로 정겹게 바라봐줄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산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풍경이라는데에 있을 것이다.
산은, 거대하게 모든 것을 덮어 삶의 온갖 자질구레함을 넉넉한 숨결로 감싸안는 듯도 싶다. 1년에 몇 차례 산에 오른다기보다는 산 근처에 다가가보는 것이 고작인 나같은 사람이 산에 대해 운운하는 것이 뭣하다만, 그저 이렇게만이라도 말하자. 『바로 내 지척에 오를 수 있는 산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라고. 그저 건강 때문에라도.
지난해 연말쯤에 북한산을 관통하는 서울외곽 순환도로의 건설계획이 확정단계에 이르렀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북한산 뿐만이 아니라 수락산, 불암산 등 서울 근교의 산이란 산은 모두 관통을 하는 도로인 모양이다. 이 산들을 뚫는 터널이 자그마치 5개나 건설된다고 한다.
당연히 환경관련 단체에서는 이 도로의 건설이 심각한 자연파괴 현상을 일으키게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서는 모양이다. 북한산에만 서식하던 희귀종의 식물들이 멸종할 것이고 지하 암반수가 파괴되고 또한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고 한다.
나는 경제의 법칙은 잘 모른다. 그러나 건강한 경제는 가까운 이익이 아니라 먼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산을 관통하는 터널이 없어서 30분 걸릴 길을 2시간이나 걸려야한다고 하더라도, 그 길이 실은 200년, 2,000년 후까지 천천히, 무리없이 걸어가는 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북한산은 2,000년이 아니라 2억년 후까지라도 그 모습 그대로 우리 서울을 지켜주어야할 산이다. 그 이상의 무슨 이익이 더 필요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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