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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1월, 신동빈 롯데 부회장은 중국 칭다오로 날아갔다. 그는 이곳에서 롯데그룹의 첫 해외전략회의를 주도했다. 신동빈 부회장은 중국 현지공장을 둘러보고 웃는 얼굴로 임직원을 독려했다. "은둔의 롯데가 달라졌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무렵부터다.
그런데 '황금의 땅'으로 여겼던 중국은 덫이 됐다. 잘못된 입지 선정과 현지 업체와의 과당경쟁으로 롯데 계열사들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총 1조1,513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어쩔 수 없이 신동빈 부회장은 중국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100% 이해하지 못했지만 화학과 금융사업으로 세를 불려 왔던 신동빈 회장이 난관에 빠진 셈이다.
그런데 마침 지난해 12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롯데에서 수억엔의 손실을 입혔다. 12월 중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월간 사업보고를 위해 아버지를 찾았다.
"그만하라."
신격호 회장의 지시는 짧고 강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을 시작으로 올 3월까지 한국 롯데에서도 임원직을 내놔야만 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절치부심했다.
"아버지가 오해하고 있어. 신동빈이나 쓰쿠다 다케유키가 뭘 잘못 보고한 것이다."
지난 4월을 전후해 신동주 전 부회장은 부인과 함께 롯데호텔 34층에서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거듭 읍소했다.
5월의 어느 연휴 날, 꽉 닫혔던 문이 열렸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장남의 말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신동빈 회장의 중국 사업손실도 듣게 됐다.
6월 격노한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불렀다. 지난달 초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불러 때리기도 했다. 올해 60세인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는 치욕이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회사를 장악해야 한다고 생각한 듯하다. 이때부터 부자의 신뢰관계는 사라졌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달 3일 쓰쿠다 대표이사 등 9명에 대해 해임을 지시했다. 그런데 먹히지 않았다.
조급함 때문이었을까.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15일 신격호 총괄회장 모르게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직까지 올랐다.
결국 지난달 27일 '왕자의 난'의 막이 올랐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에게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방에 찾아 갔음에도 문을 닫고 열지 않았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일본에서 신동빈 회장 등 이사 6명을 '손가락 해임'했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아버지를 대표이사에서 끌어내렸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은 분명했다. "아키오(신동빈 회장) 그만두게 했잖아"라며 역정을 내는 육성이 최근 공개됐다.
아들인 신동빈 회장은 지금도 아버지를 부정하면서 법적소송을 거론하고 있다. 두 부자는 이렇게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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