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베이비 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양질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헬스케어는 글로벌 기업들의 신성장 산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헬스케어 서비스의 수요가 큰 시장이라고 하면 이미 고령화가 많이 진행된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을 떠올리기 쉽지만 14억명 인구의 중국 역시 성장세가 기대되는 시장이다. 지난 201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국민총생산(GDP) 대비 총 보건의료지출은 5.2%로, 미국(18%), 일본(9%) 등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이다. 앞으로 중산층 확대와 고령인구 증가에 따라 의료비용 지출 수준이 여타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최근에는 중국 인터넷 및 모바일 업체들도 앞다투어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이들이 주목하는 모바일 전자 헬스케어는 환자와 병원의 관계 및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며 헬스케어 산업 전반의 지형을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 텐센트는 최근 온라인 의사검색, 예약 및 진료가 가능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으며 포털사이트 바이두는 클라우드 컴퓨팅 및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의 몸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 지정된 의사가 원격으로 진료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주목을 받았다.
중국 헬스케어 산업의 기회요인은 의료·제약을 뛰어넘어 모바일·전자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지만 앞으로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 꼭 해결해야 할 선결 과제가 남아 있다. 중국은 아직 대형 공립병원의 독점으로 의료 자원 및 수요의 심각한 불균형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국가보건가족계획위원회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공립병원의 시장점유율은 의료진 기준 86%, 환자 기준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에서도 틈새시장을 공략한 민영병원들의 성공 케이스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2003년 문을 연 하이어 안과(Aier Eye Hospital)는 환자기반이 넓고 공립병원과 비교적 경쟁이 덜한 안과 시장에 주목했다. 이 병원은 현재 중국 전역에서 총 62개의 병원을 운영 중으로 꾸준한 성장세와 인수합병을 통해 2020년까지 병원 수를 2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 다른 성공사례는 최고급 서비스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의료비용도 감수할 수 있는 대도시 부유층을 공략한 델타 헬스(Delta Health)다. 이 병원은 일반 공립병원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최고급 서비스로 부의 증가에 따라 양질의 서비스를 바라는 환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는 헬스케어 시스템 개선에 주력하고 있으며 민영병원 개발에 대한 지원을 시사하는 징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차원의 병원 개혁에 더불어 다양한 기업들의 모바일 전자 헬스케어 서비스가 안착한다면 중국을 넘어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의 지형 변화는 시간문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