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수(50ㆍ사진) 사장을 새 선장으로 앞세운 민영화 2기 KT호(號)가 닻을 올렸다. KT는 19일 오전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남중수 전 KTF 사장을 9대 사장으로 선임한 뒤 분당 본사에서 취임식을 열었다. 남 신임 사장은 “고객감동과 주인의식 고취를 경영기조로 삼고 공익적 역할을 강화해 ‘위대한(great) KT’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50세 젊은 사장을 맞아들인 KT는 이날 취임식에 대학생 고객과 인터넷을 활용하는 농업인, 아름다운가게 분당점장, KT 광고모델과 개인주주, 사회공헌 프로그램 수혜자 등 각계 각층 500여명의 인사를 초청, 다과를 겸하며 이전의 엄숙하고 경직된 분위기에서 탈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남 사장 역시 다양한 영상을 뒤섞은 프리젠테이션으로 취임사를 대신해 ‘통신공룡’ KT에 변화와 개혁의 바람이 몰아칠 것임을 예고했다. ◇KT의 현주소는 ‘정체’= 연간 매출액 약 12조원에 임직원 3만8,000여명을 거느린 KT의 현주소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정체’다. 주력 사업인 유선통신 시장이 골 깊은 정체에 빠지면서 KT는 비대한 덩치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흔들려 왔다. 경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 2002년 민영화했지만 매출과 수익성은 수년째 답보 상태를 면치 못했고 오히려 국내 최대 기간통신 기업으로서의 공공성만 약화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PCS 재판매 등 외형을 키우기 위해 골몰했던 여러 사업들은 숱한 잡음을 낳으며 KT의 ‘맏형’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혔다. 새 성장엔진 발굴 차원에서 추진했던 인터넷TV(IPTV) 등 융합(컨버전스)형 사업들도 법ㆍ제도적 규제와 지배적 사업자라는 올가미에 묶여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성장엔진 재점화가 급선무= 이런 상황에서 남 신임 사장이 짊어진 시급한 임무는 정체를 벗어 던지기 위한 성장엔진 재점화가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남 사장이 외형 성장을 위해 문어발처럼 벌려놓은 비핵심 사업과 조직을 과감히 통합ㆍ정리하고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한 신사업 추진에 힘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 동안 소홀했던 공익성과 공공성을 복원해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규제환경을 돌파하는 능력도 발휘해야 한다. 한편 민영화 1기는 공기업 체질 개선과 경영혁신의 완성을 미완의 숙제로 남겨 놓았다. 남 사장이 취임 전 부터 누차에 걸쳐 ‘고객 섬김’과 ‘주인의식’을 최우선 가치로 강조하고 “공급자 마인드를 버리자”고 주문한 것은 이 같은 숙제를 깊이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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