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들이 정보기술(IT)ㆍ운수장비 업종을 이틀 연속 대규모로 사들여 그 배경에 관심을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ITㆍ운수 업종의 단기 업황이 불투명한 점을 감안할 때 외국인들의 매수는 하반기 이후를 겨냥한 선취매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고 이들 업종으로 순환매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들은 703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전날 4,662억원의 순매수를 포함하면 이틀 동안 5,365억원 이상을 사들인 셈이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들은 IT(1,488억원), 운수장비(1,483억원), 금융업(1,374억원)을 중점적으로 사들였다. 김대열 대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이 주로 사들인 ITㆍ운수장비 등은 최근 지수 상승과정에서 소외돼 가격 메리트는 있지만 아직 업황의 추세 반전을 기대하기는 이른 시점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매수는 하반기 이후를 겨냥한 선취매 성격이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IT업종의 경우 삼성전자의 재고물량 출회 가능성 등이 공급과잉을 유발하고 있어 국제 반도체가격의 의미 있는 반등은 7월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도 “현재 반도체와 메모리 시장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하반기엔 상반기보다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며 “외국인들은 이 점을 노리고 먼저 들어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과거 경험상 삼성전자ㆍ하이닉스의 2~5월 수익률은 시장 평균을 밑돌았지만 6~10월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을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종도 현 상황은 낙관적이진 않지만 하반기 기대감이 살아 있다고 평가했다. 김용수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판매추이ㆍ환율ㆍ파업 등 자동차 업종을 둘러싼 3대 변수는 현재 더 이상 나빠질 것 같지 않다”며 “이들 변수가 좋아질지 여부는 지켜봐야 하지만 개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동차 업종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환율의 경우 엔화가 연말로 갈수록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외국인들도 이런 점을 감안해 매수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삼성전자를 65만9,643주 순매수했으며, LG필립스LCD(68만7,414주), 하이닉스(21만5,080주)를 대거 사들였다. 또 현대차(89만7,761주)도 집중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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