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자동입출금기(ATM) 서비스 업체인 롯데피에스넷은 2008년 유통계열사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그룹 전략에 따라 국내의 한 전문 제조업체에서 ATM 1,500대를 사기로 했다. 그러나 당시 롯데그룹 부회장이었던 신동빈 회장은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롯데기공을 ATM 구매거래 중간에 끼워넣으라고 지시했다고 공정위가 전했다. 롯데피에스넷이 직접 제조업체에서 ATM을 사지 말고, 롯데기공이 ATM을 구매하고서 롯데피에스넷에 되파는 형식을 취하라는 취지에서다.
이 덕분에 보일러 전문 제작업체인 롯데기공은 ATM 제조ㆍ유통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음에도 위험부담 없이 중간이윤을 챙길 수 있었다. 실제로 롯데기공은 2008년 88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2009년부터 흑자로 전환되는 등 ATM 거래에 끼어든 이후 재무구조가 현저히 개선됐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롯데피에스넷은 2009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롯데기공으로부터 707억원 어치의 ATM을 구입했다.
이런 간접구매 방식을 통해 롯데기공은 롯데알미늄에 흡수ㆍ합병된 이후까지 합산해 모두 41억5,100만원의 차익을 기록했다.
공정위 측은 “별다른 역할이 없는 계열회사를 거래 중간에 끼워 넣어 일종의 ‘통행세’를 챙기게 한 그룹 계열사를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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