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이사회는 31일 간담회를 열고 내년 1월7일로 예정된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취소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강정원(사진) 회장 내정자가 회장직에 다시 공모할지, 국민은행장직을 유지할지 등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KB금융 이사회가 금융 당국의 초고강도 조사에 눌려 회장 선임을 포기할 경우 신관치 금융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회장 선임 위한 임시주총 취소할 듯=KB금융 이사회의 한 관계자는 이날 "KB금융 안팎의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고려해 31일 현안을 논의할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며 "간담회에는 사외이사 9명과 사내이사 2명 등 이사 11명 모두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다음달 초로 예정된 임시주총을 연기 또는 취소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연기보다는 취소 가능성이 훨씬 높다. 임시주총을 연기할 경우 시간만 늦춰질 뿐 언젠가는 강 내정자를 차기 회장으로 공식 선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이사들의 경우 임시주총의 연기나 취소는 회장 후보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격론이 예고되고 있다. 또 강 행장 본인의 판단 여부도 결정적인 변수다. 하지만 현재 사외이사들의 기류나 감독당국의 압력 등을 종합해보면 취소 쪽에 무게중심이 실리고 있다. 임시주총일로부터 일주일 이전까지는 이사회 의결로 임시주총을 취소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는 정식 이사회가 아니지만 이사 전원이 찬성하면 이사회로 바뀔 수 있다. ◇임시주총 취소 이후 시나리오는=임시주총이 취소되면 회장 재공모의 절차를 밟게 된다. 시기는 내년 2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이 1월 중 사외이사제도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KB금융지주 차기 회장을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 면접 등을 거쳐 내정했지만 앞으로는 외부 인사가 회추위에 포함되고 외부 공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사외이사들이 'KB금융을 사설 왕국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관심사는 강 내정자가 회장직에 다시 공모할지 여부다. 지금으로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강 내정자가 그동안 금융당국 등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다는 이유에서다. 강 내정자가 회장직 공모를 포기할 경우 국민행장직을 유지할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하지 않은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3일 KB금융 회추위가 KB금융 회장으로 내정할 당시 강 행장이 국민은행장직은 내놓겠다고 밝힌데다 이미 행장추천위원회 구성 작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 행장이 신임 행장이 올 때까지만 행장직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신관치 금융 도래하나=KB금융의 회장 선임이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관치금융 부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임시주총 취소는 사실상 금융당국의 압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해서다. KB금융 사외이사들이 금융당국이 사상 유례없는 고강도 조사를 통해 개인적인 불법 및 편법 행위를 집중적으로 파헤치자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에 이어 강 내정자마저 낙마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자율 경영은 사라지고 눈치 경영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KB금융 이사회는 국내 은행권 가운데 가장 선진적이고 독립적인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민간 회사의 경영자 선임과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한다면 KB금융은 물론 금융업계 전체에 심각한 후유증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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