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은 응용기술을 모방하거나 아예 해외에서 기술을 도입하는 것에서 벗어나 기초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지난 27일과 28일 이틀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1'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마르야 마카로브(사진) 유럽과학재단 이사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마카로브 이사장은 "자동차ㆍ반도체 등 한국 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분야에서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기초과학과 연구에 대한 투자는 많지 않다"며 "대기업도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과 대학교 간 기초과학 연구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핀란드를 예로 들었다. 마카로브 이사장은 "핀란드에서 기업과 대학은 공동으로 비영리회사를 만들어 처음부터 협력체계를 구축해 기초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삼림자원만 풍부했던 핀란드가 가파른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산학 협력모델이 뿌리내렸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산학연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카로브 이사장은 "산학연 협력모델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중간에 실패하고 마는 것은 서로 이해관계가 상이하기 때문"이라며 "단기적인 성과물에만 집착하면 필연적으로 갈등과 마찰이 빚어지는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인들에게 딱딱하고 어려운 학문으로 여겨지는 과학이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기교육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마카로브 이사장은 "과학은 흥미롭고 재미 있다는 사실을 어린 학생들에게 일깨워줘야 하고 이는 학교교육을 통해 가능하다"면서 "교육시스템도 과학 친화적인 방향으로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과학 조기교육을 받지 못한 초보자를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초보자들은 과학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창구도 제한돼 있는 만큼 언론이 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마카로브 이사장은 서울포럼에 참석한 해외 연사 중 홍일점이었다. 여성 과학자 육성 방안에 대해 그는 "창의성과 호기심에서는 남녀의 차이가 없다"면서 "유능한 여성 인력을 과학 분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대학 및 연구기관 내에 여성과학자를 위한 연구환경이 만들어져야 하고 재정적인 인센티브도 제공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포럼의 행사 의미에 대해 "나는 서울포럼을 통해 한국의 미래는 기초과학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면서 "한국 정부가 기초과학보다 응용과학 연구개발에 집중하면 새로운 혁신과 창의성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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