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는 지난달 연내 상장 계획을 밝힌 삼성SDS와 더불어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풀어갈 열쇠로 여겨져 왔다. 실제 이 회장은 지난 1990년대 후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활용해 세 자녀들에게 두 회사의 지분을 넘겨왔다. 이 때문에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는 이미 수년 전부터 증권가를 중심으로 꾸준히 상장설이 제기돼왔는데, 결국 두 회사의 상장이 현실화하면서 경영권 승계의 본격적인 막이 오르게 됐다.
현재 삼성그룹의 승계 구도와 관련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뒤 계열분리를 통해 이 회장의 세 자녀가 독립하는 방안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가 삼성전자와 합쳐져 지주회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재계 안팎에서는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을 포함한 핵심 계열사를 맡고 장녀 이부진 사장이 호텔·유통·식음료 등 서비스 부문, 차녀 이서현 사장이 패션과 광고 부문을 각각 담당할 것으로 예측돼왔다. 지난해 9월 제일모직이 패션사업을 떼어내 삼성에버랜드에 넘겨주고 올해 삼성SDI에 흡수합병하기로 한 것이나 삼성에버랜드의 식음료사업을 '삼성웰스토리'로 물적 분할한 것 모두 이러한 전망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당초 이부진 사장의 몫으로 점쳐졌던 건설과 중화학 부문의 주인이 누가 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4월 전격 발표된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으로 기존 최대주주였던 이부진 사장은 6대주주로 내려앉은 반면 삼성물산이 33.99%의 지분을 확보해 합병법인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화학사업의 향배는 다시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건설사업 역시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흡수합병한 후 그룹 건설 부문의 양 축인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이 부회장의 입김이 세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건설과 화학사업 재편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삼성물산을 누가 지배하느냐에 따라 승계 시나리오의 마침표가 찍힐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경영권 승계 이후에도 계열분리보다는 당분간 이 부회장을 주축으로 한 현재의 그룹 체계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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