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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거둬들인 종합부동산세 가운데 일부가 재산세와 겹친다며 납세자에 돌려주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이중과세'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1심인 행정법원과 2심인 고등법원, 상급심인 대법원이 각기 다른 갈지(之)자 판결을 내려 납세자는 물론 국세청도 혼선을 빚고 있다. 이번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유사 소송으로 이어져 종부세 환급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국세청은 일단 고법의 파기환송심에서 패할 경우 대법원에 재상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종부세 이중과세 논란은 제도가 도입된 2005년(시행은 2006년)부터 끊이지 않았다. 종부세는 부동산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에게 물리는 일종의 추가 세금으로 국세다. 부동산에는 기본적으로 지방세인 재산세가 부과된다. 정부는 이중과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 2008년 말 시행규칙을 개정해 재산세를 공제한 뒤 종부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국세청은 시행규칙에 근거해 종부세 과세 금액에 공정시장가액 비율(현행 80%)을 곱한 금액을 기준으로 재산세 공제액을 계산해왔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이 10억원인 주택의 경우 종합과세 기준 9억원 이상인 1억원에 80%를 곱한 금액인 8,000만원을 종부세 과세 표준으로 삼고 종부세를 산정한다. 하지만 이번에 소송을 낸 KT 등 25개 기업은 "재산세 공제액에도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적용해 공제액이 줄었다"며 "이는 이중과세로 결과적으로 내야 할 종부세가 늘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기업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적용하기 전 금액(1억원)을 기준으로 재산세 공제를 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공제기준을 현행 80% 공제율이 아닌 100%로 산정해 나머지 20%(2,000만원)에 대해서도 재산세를 돌려주라는 얘기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한국전력의 경우 판결 취지대로라면 납부해야 할 종부세가 100억여원에서 76억5,000만원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가 종부세 계산에 포함되지 않아 이중과세가 되지 않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재산세를 돌려줘야 한다는 것은 순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 취지대로라면 20%에 대해서는 종부세와 재산세 모두 부과되지 않게 되는 모순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재상고까지 검토하고 있어 최종 판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만일 국세청이 최종심에서도 패소하면 유사 소송이 잇따르고 환급액이 상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2009년 9,600억원이던 종합부동산 세수는 지난해 1조3,000억원 까지 늘어났다.
다만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만 환급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환급액은 추산하기 어렵다. 부과 고지로 이뤄지는 종부세 납부는 고지 후 90일 이내에 심사청구 등의 이의제기를 해야 한다. 반면 신고 방식으로 세금을 낸 경우라면 납부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경정청구나 행정소송을 통해 구제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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