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면서 물가대란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달에 물가상승률 5%대 진입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6%대의 ‘슈퍼인플레이션’ 전망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말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의 “한두달 후면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물가대란이 올 것”이라는 경고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이럴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고착화되는 한편 임금인상 요구마저 거세지면서 초고물가 상황이 굳어지는 최악의 물가 악순환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내수부진은 더욱 심해지고 성장이 바닥으로 추락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물가폭등을 뛰어넘어 물가재앙에 직면한 한국경제가 바람 앞에 촛불처럼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물가대란 경고=최근 들어 국제유가 최고치 경신과 원화약세 여파로 물가대란을 우려하는 글로벌 IB들의 사이렌이 일제히 울리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스캐피털의 경우 원화의 실질실효환율 1% 절하시 소비자물가는 2~3개월간의 시차를 두고 0.1%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5월 중 환율이 1,050원까지 치솟은 이상 당분간 물가상승 추가압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바클레이스캐피털은 더구나 수입물가의 상승분이 아직 소비자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만큼 3ㆍ4분기 초 물가상승률이 5.5%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계 투자은행인 드레스너 클라인워트는 석유류와 식품류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여타 아시아 국가에 비해 빠른 속도로 상승(4월 3.5%→5월 3.9%)하고 있다며 잠재적 물가불안 가능성이 지역 내에서 가장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이 투자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무려 5.3%로 높여 잡았다.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폭등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UBS는 유동성 증가세 지속과 정부의 원화약세 용인을 물가급등의 배경으로 지목하고 연간 물가상승률이 5%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까지도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범위(2.5~3.5%) 내로 둔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고 골드만삭스는 정부의 고유가 대책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비자물가 6% 슈퍼인플레 시대 오나=심지어 일부에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6% 시대에 발을 담글 수도 있다는 아찔한 전망까지 등장하기 시작, 물가재앙의 그림자가 한층 짙어지는 분위기다. 바클레이스캐피털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선다면 수입물가 충격과 더불어 경상수지가 더욱 악화돼 원화약세 압력이 배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럴 경우 물가상승률은 6.0%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5월 휘발유값을 1,790원대로 계산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9%였는데 이를 1,900원대로 높여 잡아도 산술적으로 5% 중반대로 껑충 뛴다”며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한다면 6%대 진입도 가능한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서는 것은 기정사실이며 하반기에는 기저효과로 상승세가 주춤할 수도 있겠지만 정부가 8일 고유가대책에서 국제유가 170달러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유가 추가 상승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 역시 “6월 물가는 5월 중순 이후 급등했던 유가 영향을 받고, 특히 서비스가격ㆍ상품값 인상 등 물가상승 플러스 요인이 발생해 최소 5월보다 더 높아질 것 같다”며 “유가가 현상태만 유지해도 5% 중반대에 이를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물가재앙 한국경제 덮치나=물가가 폭등 수준을 넘어서면서 물가재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과 같은 물가폭등으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임금상승까지 맞물려가는 인플레이션 고착화”라며 “이럴 경우 한국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는 물가가 올라도 임금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지만 물가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임금인상 요구가 거세지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자연스럽게 굳어져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음식점 메뉴에서 이 같은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며 더욱 확산될 경우 작금의 스태그플레이션적 상황이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수부진을 우려하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표한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상승률 3~4%대와 5%, 6%대는 국민들의 체감수준이나 소비행태에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만약 5% 이상의 급등세가 이어진다면 소비위축에 따른 내수부진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까지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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