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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금리 인하 이후의 과제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1.5%가 됐다. 글로벌 통화정책이 금리인하로 흐를 때 이에 동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금리인상으로 접어들게 되면 우리나라는 금융시장 구조의 차이로 인해 이를 따라가는 게 힘겨울 수 있다.

미국은 장기 금리를 기준으로 대출금리가 결정되므로 단기 정책금리 변동에 영향을 적게 받는다. 장기 금리는 정책금리의 추세선을 쫓아 움직이므로 정책금리의 변화보다 완만하게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장기 고정금리 계약이기 때문에 현재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기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변하지 않는다. 경제 전체의 이자 부담액은 신규 대출자들이 지면서 서서히 변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와 반대의 금융시장 구조를 갖고 있다. 대부분이 단기 금리에 연동돼 대출금리가 결정되고 단기 금리 변동에 따라 정기적으로 대출금리가 바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책금리의 변화가 대출금리에 즉각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정책금리가 변한 만큼 경제 전체의 이자 부담도 바뀌게 된다. 금리정책의 효과가 여과 없이 경제 전체에 시시각각으로 전달된다.

글로벌 통화정책이 금리인상으로 간다고 가정해보면 미국은 두 개의 완충장치가 있으므로 정책금리를 인상해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혹은 큰 폭으로 금리인상 정책을 펴는 것도 이러한 금융시장 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근 미국 시장을 보면 정책금리 인상 전이지만 장기 금리가 금리인상을 먼저 반영해 상승하면서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고 있다.



반면 완충장치가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정책금리를 인상하면 차입자의 이자 부담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금리를 천천히 인상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만일 미국이 정책금리를 보다 빠른 행보로 인상할 때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을 그대로 따라가면 가계의 이자부담액이 큰 폭으로 증가해 긴축 효과가 강하게 작용한다. 그렇다고 글로벌 통화정책 속도와 달리 천천히 금리인상을 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본유출이 자유롭기 때문에 자본흐름 역시 불안정하게 된다. 아울러 대외 거래의 비중이 높아 외환시장을 내버려 둘 수도 없다. 환율의 변화는 물가와 대외 거래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금융당국은 단기 변동금리 대출로 돼 있는 현 시장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미흡하다. 외환시장이나 자본시장에서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완충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통화정책은 금리인상 국면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딜레마를 해소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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