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가 ‘조정’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3월 이후 2달 가량 거침없이 동반 상승하던 각 국 증시는 지난 주 주가 상승 여력이 소진되며 답답한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 세계 증시는 주가에 큰 영향을 줄 만한 특별한 재료가 없는 가운데 미국의 경제지표 발표에 일희일비 하는 장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지표만 쳐다보는 뉴욕증시= 지난주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3.70% 하락한 8,268.64포인트로 끝마쳤다. 다우존스 지수가 지난 15일 기준으로 3월 저점(6,547.05포인트) 대비 26.29% 상승했고 ‘스트레스테스트’라는 큰 이벤트가 무리 없이 끝나면서 ‘쉬어가는 장세’가 연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석진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루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라는 격언이 맞아 떨어진 한 주 였다”며 “시장의 이슈 였던 스트레스테스트가 지난 주 마무리되며 시장의 동력으로서의 가치를 잃자 조정을 받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악재는 실망스러운 경제 지표다. 4월 미국소매판매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지난달 보다 0.4% 감소했고 유로 지역의 GDP(국내총생산)이 마이너스 2.5%를 기록하며 조정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번 주에도 경제지표의 내용이 주식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석원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보 금리의 움직임에 따라 금융주가 등락할 만큼 지난 주에는 특별한 모멘텀이 없는 장세가 이어졌다”며 “결국 시장을 좌우하는 것은 경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주 발표 예정인 4월 미국의 신규주택 착공실적이 시장의 관심사다. 이석진 연구원은 “금융과 소비 지표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안 나왔기 때문에 주택 쪽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며 “하지만 특별한 호재가 나올 것 같지는 않고 바닥을 다지는 수준이 확인될 것이다”고 밝혔다. 즉 주가에 큰 영향을 줄 만한 이벤트는 아니라는 평가다. 이 연구원은 이어 “이미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에 급락, 급등의 여지가 없다”며 “경기 지표나 기업 실적에 따라 일희일비 하겠지만 일정한 범위의 박스권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중국 증시 상승세 이어갈 듯= 중국 증시는 지난 주 소폭(0.74%) 오른 2,645.26포인트에 마감했다. 중국의 4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6% 감소하며 실망스러웠지만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에도 정책 기대감과 부진한 경기 지표의 대결 속에서 완만한 상승 추세가 이어지는 장세를 예상했다. 김성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9일 차이나유니콤의 비유통주 물량이 대량으로 시장에 나오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나, 정책 호재로 인해 상승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라며 “특별한 이슈는 없지만 복건성 개발 등과 관련된 세부적인 정책이 나오면서 전약 후강의 장세기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증시의 조정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수석 대신증권 연구원은 “4월 중국 산업생산과 소매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크게 상승하는 모습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달러 약세와 위험자산 선호로 큰 폭의 하락은 없지만 이런 지표들이 기대에 못미치면 기간 조정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증시 부담 커= 이머징국가 중에서는 브라질 증시의 조정이 예상되고 있다. 높은 밸류에이션이 부담이다. 김수석 연구원은 “브라질 증시의 현재 주가이익비율(PER)이 10.2배 정도 나오는데 과거 5년 평균치(8.3배) 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최근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의 경제 지표가 그다지 양호하게 나오지 않아 그 영향으로 브라질 증시도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증시는 미국 증시 영향으로 지난 주 소폭 하락했다. 이번 주에도 특별한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 증시에 동조화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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