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005930)가 7년 만에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있는 삼성그룹주들이 동반 상승했다. 이번 삼성전자의 깜짝 발표를 계기로 현금 여력이 충분하지만 주가는 저평가돼 있거나 경영권 강화를 목적으로 자사주 매입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5.25%(6만3,000원) 오른 126만4,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이달 들어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장중 한때 8.33%까지 급등하며 130만원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관련주들의 동반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지배구조 이슈와도 얽혀 있는 삼성생명(032830)(1.23%)과 삼성물산(000830)(3.15%)은 반등에 성공했고 삼성전기(009150)(0.83%), 제일기획(030000)(0.78%)도 상승 마감했다. 삼성그룹주의 상승에 힘입어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990선을 돌파했다가 오후 들어 상승폭이 줄며 전일 대비 1.24포인트(0.06%) 오른 1,982.08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10월1일(1,991.54포인트) 이후 약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자사주 매입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그룹 지배구조 이슈와 연관돼 있는 만큼 외국인 투자가들이 매수에 나설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으로 삼성전자뿐 아니라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삼성화재(000810) 등 그룹 핵심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발 자사주 매입이 그룹 계열사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삼성은 지난 1월 삼성생명(1,994억원)과 제일기획(952억원)을 시작으로 9월 삼성화재(3,935억원), 10월 삼성중공업(010140)(2,886억원), 삼성증권(016360)(1,047억원), 전날 삼성전자 등 올해 들어서만 계열사 6곳이 일제히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나머지 계열사들 가운데 현금 여력이 있고 주가부양의 필요성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자사주 매입이나 깜짝 배당의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은 주가부양 목적 외에 지배구조 이슈와도 맞물려 있어 쉽게 예측하기는 힘들다. 다만 보유 현금이 많고 주가가 많이 떨어진 기업의 경우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의 유혹을 느낄 수 있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업 입장에서는 지속성의 부담이 있는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을 선호할 수밖에 없고 결국 현금 여력이 높은 기업 중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이 국내 대형주 가운데 자산 대비 현금창출 흐름, 배당성향, 최대주주 지분율 등을 감안해 배당여력이 높은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마트·유한양행·오리온·에스원·삼성전기·삼성물산·다음·SK텔레콤 등이 자사주 매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배당 여력 대비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주주친화 정책을 펼 경우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연초대비 주가 하락률이 커 자사주 매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는 서울반도체(046890)·솔브레인(036830)·안랩·스카이라이프·지역난방공사 등이 꼽혔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이 모두 주가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는 만큼 관련 종목 투자 시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2000년 이후 실시한 10차례의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한 달간 주가가 오른 적은 6번에 불과했고 자사주 매입기간 주가가 상승한 경우는 5차례에 그쳤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자사주 매입의 사례를 보면 외국인들이 대거 매도에 나서면서 정작 주가는 상승 곡선을 타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던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