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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홀 버디로 단독 선두에 나섰던 ‘황제’ 타이거 우즈. 선두를 내준 뒤 11번홀 나무 뒤에서 세컨 샷을 하는 바람에 4번 아이언을 부러뜨리고도 파 세이브했고, 4번 아이언이 필요했던 13번홀 세컨 샷 때는 5번 아이언으로 있는 힘껏 볼을 날려 2온으로 이글을 낚는 등 집념과 승부욕이 빛나던 그였다. 그래서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도, 세계 각국의 TV앞에서도 많은 팬들이 그의 막판 역전 드라마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즈가 무너졌다. 그가 메이저 대회 최종라운드 중 선두를 놓친 것은 3번째, 하지만 다시 선두로 나서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평소와 달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즈가 수없이 역전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과 다르지 않다. 현재 PGA통산 56승을 기록중인 그는 통산 50승을 달성했던 지난 해 8월 “전에 해봤기 때문에 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험이 자신감의 바탕이라는 뜻. 이번에는 막판 ‘2개홀 연속 보기’라는 경험이 불안과 초조를 불러왔다. 우즈는 첫날과 3라운드에서 17, 18번홀 연속 보기를 범했고 막판으로 갈수록 그 연속 보기에 마음을 빼앗겼다. 17번홀에 가기 전에 선두와의 타수 차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조급함이 역력했다. 물론 성공했다면 ‘공격의 승리’로 칭송 받았겠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던 15번홀의 2온 시도는 한 템포 쉬어 생각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그가 세컨 샷한 볼이 그린 앞 해저드로 가라앉은 직후 존슨이 17번홀에서 보기를 했기 때문에 더 그랬다. 만약 그 홀에서 파 세이브했던 숏 게임 실력으로 안전하게 3온해 버디를 뽑았다면 우즈는 1타차로 추격, 존슨을 압박할 수 있었다. 17번홀 세컨 샷이 그린 앞 에지에 맞았다가 되 튕겨 벙커에 빠졌을 때 우즈 입에서 나왔던 욕설과 험한 인상은 그가 얼마나 예민했었나를 보여줬다. 그의 2007 마스터스는 버디 퍼팅이 아깝게 빗나간 16번 홀에서 끝나버렸던 것이다. 경기 후 그는 “이번 주 막판 2개 홀에서만 4타를 잃었다”며 아픈 경험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기회가 있었던 4라운드 경기가 아니라 첫날과 3라운드의 막판 2홀이 여전히 그를 붙잡고 있었다. ‘그는 수퍼맨이 아니라 샷할 때마다 두려움을 누르는 평범한 골퍼’라는 말이 새삼 떠오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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