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영국의 BBC방송은 영국 과학자들이 천문학의 가장 큰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인 '암흑물질'의 성질을 처음으로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우리 은하 주위에 있는 작은 타원은하들의 움직임을 관찰함으로써 그들 은하 내에 태양 질량의 3,000만배에 이르는 길이 약 1,000광년 정도의 암흑물질 덩어리들이 벽돌처럼 이어져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리고 이 암흑물질들이 1만도 이상의 뜨거운 물질이라는 것도 알아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암흑물질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눈에 보이지도 않고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는 암흑물질이 우주에 왜 존재하는 것일까? 암흑물질의 존재가 제일 먼저 제기 된 것은 우주가 빅뱅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만약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의 질량이 작다면 우주는 빅뱅의 힘으로 인해 무한정 팽창을 해야 한다. 반대로 물질의 질량이 크다면 그 물질들의 중력으로 인해 팽창이 멈추고 다시 수축을 하는 빅크런치 현상이 일어나야 한다. 우주 전체의 질량, 즉 별과 은하들의 움직임을 통해 우주에 존재할 것으로 여겨지는 질량 중에서 실제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수소나 헬륨 같은 물질의 질량은 겨우 4%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과연 나머지 물질들은 어디에 있을까? 여기서 나온 것이 바로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이다. 과학자들은 우주의 대부분 물질들이 암흑물질(23%)과 암흑 에너지(73%)로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만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암흑에너지는 진공에너지라고도 하는데 만류인력과 반대로 서로 밀어내는 척력 에너지로 생각되고 있다. 따라서 암흑에너지가 많을수록 우주는 가속해서 팽창을 하게 된다. 이에 반해 암흑물질은 알려진 바가 없다. 빛의 방출이 없어 일반적인 방법으로 관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지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온도는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번 연구팀의 연구 결과 알아낸 암흑물질의 온도가 1만도 이상이라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그렇다면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암흑 물질의 존재를 밝히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따라서 암흑물질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은 간접적인 방법밖에는 없다. 이 중의 하나가 바로 은하의 회전 속도를 조사하는 것이다. 태양계는 우리은하(태양계가 속한 은하의 명칭) 중심을 약 2억 5,000만년에 한 바퀴씩 공전한다. 눈에 보이는 물질의 양으로만 보면 우리은하를 이루는 대부분의 물질들은 우리은하의 중심 쪽에 모여 있다. 따라서 태양계에서 태양에 가까운 행성의 공전속도가 먼 행성의 공전 속도보다 빠른 것처럼 은하의 중심에 가까운 곳의 공전 속도가 먼 곳의 공전 속도보다 훨씬 빨라야 한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우리은하 외곽의 회전 속도를 측정해 본 결과 눈에 보이는 물질의 밀도는 내부에 비해 떨어지는데 반하여 회전속도는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은하의 외곽 부분, 즉 나선 팔 부분에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학자들은 이것이 암흑 물질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은 우주를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하다. 우리는 겨우 우주 질량의 4%만을 눈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만유인력이나 상대성 이론은 암흑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존재를 몰랐을 때 나온 이론이다. 이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가 밝혀진다면 우주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주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여러 가지 이론들도 많이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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